마크 파버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이자 세계적 투자전략가인 ‘닥터 둠(Doctor doom)’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마크 파버(Faber·67) 글룸붐앤둠 발행인이 숨가쁜 랠리를 이어온 뉴욕증시가 올 하반기에 1987년의 ‘검은 월요일’과 같은 대폭락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버는 이달 8일(미국 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던 이달 초 170개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52주 신저가(新低價)를 기록했다”며 “이는 주가상승을 주도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파버 발행인은 “이 같은 현상이 기업들의 상승여력이 떨어지며 전체적인 폭락으로 이어졌던 1987년의 상황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는 1987년 8월까지 연초 대비 30% 이상 오르는 강세를 이어갔으나 10월19일 하루 동안에만도 20% 넘게 주가가 폭락하며 세계 경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그는 작년 연말 조선일보 Weekly BIZ와의 인터뷰(☞기사 바로가기)에서 "2013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해 증시도 표류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이미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었고 중국의 성장 둔화도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버 대표는 “최근 증시의 고공행진을 떠받치는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 즉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국채(國債) 등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量的)완화(QE)와 저금리 기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만큼, 거시경제 환경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연말이면 주가가 현재보다 20% 혹은 그 이상 떨어져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1987년과 같은 대폭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셰퍼스투자리서치의 라이언 데트릭 선임분석가는 “월가는 올해와 1987년 말고도 기록적인 랠리를 몇 차례 경험한 적이 있으며 주가하락의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파생상품의 인기가 높은 만큼 검은 월요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초부터 8개월을 기준으로 할 경우 뉴욕증시는 1975·1997년에도 28~30%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경험했다.

헤리티지캐피털의 폴 샤츠 대표도 “(증시는) 8월이나 9월께 정점을 찍고 10월까지 하락세를 보인 후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