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년 역사의 영국 중앙은행이 처음으로 외국인 총재로 영입한 마크 카니 잉글랜드은행 총재가 미리 장기적인 금리정책 방향을 알려주는 '정책 실험'에 착수했다.

취임한 지 한 달 된 캐나다 출신의 카니 총재는 지난 7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실업률이 7%로 떨어질 때까지 현행 연 0.5%인 기준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의 실업률은 7.8%이며, 영국 중앙은행은 2016년 중반을 넘어서야 실업률이 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카니 총재의 이날 발언은 2016년 중반까지는 현재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것이다.

캐나다 출신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가 7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화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실업률을 금리 조정의 조건으로 내걸거나 '상당 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장기적인 금리정책을 알려주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장기간 저금리가 유지된다는 기대를 심어주면 소비자와 기업들은 금리가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소비와 투자에 나서는데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는 카니 총재가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인 2009년 캐나다에서 이미 '정책 실험'을 거친 것이다. 2009년 4월 카니 총재는 기준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수준인 연 0.25%까지 내리고 나서 "2010년 중반까지 기준 금리를 연 0.25%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해 캐나다의 소비와 투자를 살려냈다. 카니 총재의 아이디어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받아들여 금리정책을 펼 때 비슷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번에 영국까지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카니 총재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영국 금융시장에선 미국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 축소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해 증시에선 FTSE지수가 1.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