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요금보다 최대 절반가량 싼 반값 휴대폰(알뜰폰·MVNO) 사용자가 200만명에 육박하면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3사의 과점 체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가입자 수가 지난달 말 190만 명을 넘어섰다고 2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가입자가 다음 달 200만 명을 넘어, 연내에 최대 25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월 8만~10만 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대형 마트인 이마트의 알뜰폰 시장 진출도 임박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현재 3% 수준인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이 5~10%까지 커지면, 과점 체제가 흔들리면서 가격 경쟁이 활성화돼 전반적인 요금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요금제보다 20~50% 싸 인기"

알뜰폰은 대형 이통사의 통신망(網)을 빌려, 고객에게 저렴하게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형 통신서비스다. 현재는 CJ그룹의 CJ헬로비전을 비롯, 태광그룹의 티브로드 등 20여 개 업체가 시장에 뛰어든 상태. 알뜰폰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이 '헬로모바일' 브랜드를 내세워 가입자 45만 명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에넥스·스페이스네트·SK텔링크·아이즈비전·유니컴즈·프리텔레콤 등이 1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알뜰폰의 최대 강점은 요금이다. CJ헬로비전은 이달 초 월 2만1000원짜리 LTE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KT 등 기존 사업자의 4만2000원짜리와 같은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한다. 약정 기간이 없어, 언제든지 가입해 쓰다가 싫으면 끊으면 그만이다.

티브로드는 음성통화 1초당 요금이 1원인 '1원 요금제'(기본료 1만5000원)를 내놨다. 기존 이동통신사(초당 1.8원)보다 40% 이상 싼 가격이어서, 음성통화량이 많은 고객에게 유리하다.

CJ헬로비전 김종렬 상무는 "알뜰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상 고객"이라고 말했다. 80만~90만원짜리 최첨단 스마트폰을 원하는 20~30대 고객은 보조금 혜택이 많은 기존 이동통신사로 쏠리지만, 통화 기능을 주로 쓰거나, 중고 스마트폰을 재활용하려는 중장년층에겐 '저가 요금제'가 먹힌다는 설명이다.

'빅3' 통신사 과점 체제 흔들리나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3사의 고객 수는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작년 말 5235만 명에 달했던 통신 3사의 가입자는 반년 사이 8만 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알뜰폰은 약 50만 명이 증가했다.

업계에선 알뜰폰이 올 연말 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서면 '빅3' 통신사의 과점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영국·미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에선 알뜰폰(임대형 이동통신)이 전체 시장의 10~20% 이상을 차지한다.

알뜰폰 시장은 국내 140여 개 대형 마트를 가진 이마트의 진출과 함께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이르면 다음 달 말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대형 마트의 강점을 살려, 자사 알뜰폰 고객이 이마트 상품을 구매할 때 추가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자본력과 유통 파워를 갖춘 이마트가 진출하면, 알뜰폰 시장은 장기적으로 CJ그룹·태광그룹·이마트 등 3개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향후 5년간 500만~600만 명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알뜰폰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전국 220여 개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미래부의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우체국의 강점인 소비자 신뢰와 전국적인 유통망이 향후 알뜰폰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