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 소비 투자, 전달보다 소폭 증가…경상흑자 17개월째 '올 상반기 흑자, 사상최대'
- "광공업 생산 등 지표 회복세 아직 약해, 소비 투자 살아나느냐가 관건"

지난달 생산ㆍ소비ㆍ투자가 전달보다 증가하고, 경상수지는 17개월째 흑자 행진을 지속하는 등 경제지표들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모습이다. 경기가 느리게나마 회복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회복력이 미약하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산업활동 지표를 면면이 살펴보면 질적인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수출 전망이 예전만큼 밝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하반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려면 투자와 소비가 받쳐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 6월 생산ㆍ소비ㆍ투자 전달比 나란히 증가 … 경상수지 17개월째 흑자 행진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3년 6월 및 2분기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 석유정제 부문의 호조로 전달보다 0.4% 늘며 한 달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소매판매도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모두 늘어 0.9%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가 증가하며 4.5% 증가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2포인트 상승, 한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5포인트 오르며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기획재정부는 "광공업, 건설업, 소비, 설비 및 건설투자 등 대부분의 지표가 전달비 개선되면서 회복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경상수지는 72억4000만달러 흑자로 17개월째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달 흑자폭은 전달(72억7000만달러)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297억7000만달러로 종전 최대치인 1998년 상반기(221억달러)를 능가했다.

◆ 전문가들 "광공업 생산 등 지표 회복세 아직 약하다"

그러나 광공업 생산이 최근 한 달마다 증감을 반복하는데다 증가폭도 미미해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는 이르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광공업 생산은 올 1~3월 전달 대비로 1~2%대의 감소세를 지속했고, 4월에 증가했지만 그 폭은 0.5%로 크지 않았다. 6월에도 전달 대비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을 아우르는 전(全)산업 생산은 두 달째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산업활동 지표는 고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건설업이 전달 대비 0.4% 증가했음에도 서비스업(-0.1%), 공공행정(-5.6%)이 감소하며 0.3% 줄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 정도면 건설 부문 빼고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좋은 숫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생산 측면에서 반도체와 ICT 부문이 감소하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 연구부문장도 "회복세 자체를 부정할 것은 아니지만 우려하는 대로 회복력이 약해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하반기 투자ㆍ소비 살아나느냐가 경제 회복 속도 좌우"

상반기 경제지표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하반기 경제 성장은 투자와 소비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올 상반기 추경 등 정부지출 효과로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대로 회복했지만, 하반기엔 민간 투자와 소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며 생산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건은 지금까지 워낙 좋지 않았던 투자가 얼마만큼 살아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지표가 회복 추이를 이어가려면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부문의 회복이 중요하다"며 "경기 회복 속도는 소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혔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이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리커노믹스(리커창 중국 총리의 경제개혁 정책)'로 돌아선 것은 수출 전망에 좋지 않다"며 "다만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