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결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매년 4000억원가량 부당하게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있는데 신용카드사들이 이를 제대로 알리고 발급하지 않아 대부분의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감독 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94억달러어치를 결제하고, 이 금액의 1%인 9400만달러(약 1000억원)가량을 수수료로 부담했다. 소비자가 낸 이 수수료는 국내 카드사가 받아 곧바로 해외 결제망을 갖춘 비자(VISA)와 마스터(MASTER)에 지불한다.

소비자들이 떠안는 비용은 또 있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국내외 겸용 카드'를 유지하려면 소비자들은 카드 한 장당 2000~5000원가량의 추가 연회비를 내야 한다. 해외 결제 카드는 2010년 기준 8132만장으로 추가 연회비로 평균 3500원씩 지불한다고 계산하면 전체적으로 연간 3000억원가량을 소비자들이 추가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추가 연회비를 받아 이 중 1154억원 정도만 해외 결제망 카드사에 지불하고 나머지 약 2000억원은 자기들이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해외 결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해외 결제망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추가 연회비로 연간 약 4000억원 정도씩 부담하고, 국내 카드사들은 이 과정에서 매년 약 2000억원 정도 이득을 보는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해외 결제를 위해 반드시 국제 브랜드인 비자나 마스터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국내 결제망 회사인 BC카드는 2011년부터 해외 103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별도의 수수료와 추가 연회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유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 세계적으로 사용에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3%에도 못 미친다. 국내 결제망 회사인 BC를 이용하면 카드사들이 추가 연회비를 거둘 명분이 없어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