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는 여론에 대해 NHN이 재반박을 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NHN 정민하 정책협력실장은 인터넷 업계와 정치권·언론 등에서 제기한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체로 "네이버가 잘못한 건 없다"는 취지였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네이버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새누리당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NHN 김상헌 대표는 "(중소기업 피해 사례를) 처음 듣는다"고 말해, "실상을 전혀 모른다"는 관련 업계의 비판을 받았다.

①"네이버 때문에 콘텐츠 생산 기반 무너져"

정민하 실장은 토론회에서 "온라인 콘텐츠가 이용자에겐 무료로 제공되지만, (포털이) 창작자에게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공짜'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중간에서 만화·소설·뉴스 등의 콘텐츠를 싸게 사들여 무료로 뿌린 뒤 트래픽(조회수)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 콘텐츠 창작자들은 '공짜 콘텐츠'에 익숙해진 이용자에게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점차 네이버에 종속(從屬)되고 있다.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은 "포털 탓에 국내 콘텐츠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며 "콘텐츠를 무료로 퍼주면, 누군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용자들이 이걸 사보면서 다시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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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네이버는 관문 역할 버리고 오픈마켓 독식 나섰다"

네이버는 작년 3월 '문어발식'으로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했다. 정 실장은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이 네이버에서 철수할 경우, 보여줄 상품 DB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용자의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쇼핑서비스에 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 오픈마켓 업체 임원은 "이전까지 지식쇼핑 등으로 수수료를 고스란히 챙겨온 네이버가 '관문(포털)'의 역할을 버리고 혼자서 다 먹겠다고 나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③"네이버 부동산업, 빵집 진출과 마찬가지"

네이버가 2009년 부동산 정보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업체 매출은 급감했다. 정 실장은 "기존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이용자에게 허위 매물 등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직접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에 명예훼손 게시물을 비롯해 저질·허위 정보는 그대로 방치하고 전혀 책임지지 않으면서, 부동산 분야에서만 직접 나서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며 "그런 식이라면 네이버는 모든 사업을 전부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도 "대기업이 '수준 높은 빵집이 있었다면 우리가 안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④"네이버가 대학생 아이디어 베껴, 벤처업계 고사"

네이버는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에 애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3년 전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해 연간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최근 설립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그 이면에선 벤처기업의 신규 서비스를 판박이처럼 따라 해 기존 업체를 고사(枯死)시키는 이중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 창업자의 패션SNS와 알람 앱 등 숱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낀 앱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는 "벤처기업이 내놓은 신규 서비스를 지켜보다 '된다' 싶으면 네이버가 똑같은 걸 만든다"며 "먼저 시작한 벤처기업도 NHN 힘 앞에선 다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⑤"구글보다 지나치게 많은 네이버 검색광고"

정 실장은 "'꽃배달'을 검색하면 네이버엔 15개, 구글엔 11개의 광고가 뜬다"고 말했다. 주간 순 방문자 수가 네이버 2045만명, 구글 299만명이어서 이를 고려하면 '네이버 광고가 구글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가 꽃배달을 검색할 경우, 구글과 달리 화면 2~3페이지를 덮는 광고가 쏟아지는데도 교묘하게 숫자 뒤에 숨어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업계에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