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집을 가지려고 인생을 쏟아부었습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소유의 시대'에서 '이용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의 시대에 '공유'는 곧 혁신의 수단이며 창업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빈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가 이용의 시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지만, 회원들끼리 빈방을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엄청난 부가 가치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하고 시민이 물건·시간·정보·공간 등을 서로 나눠 쓰는 체계를 하나둘씩 구축하기 시작했다. 모임공간이 필요한 시민에게는 공공청사 회의실과 강당을 빌려주는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을 제공한다. 이웃들과 물건을 나눌 수 있는 '서울 e-품앗이 온라인 플랫폼'도 있다.

"공유경제를 잘 활용하면 좋은 창업 아이템도 얻을 수 있어요. '열린 옷장'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보셨나요? 젊은 친구들이 만든 벤처기업입니다. 사회 예비생이 면접을 볼 때 정장을 구매해 입으려면 금전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지요. 이 기업은 기증받은 정장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줍니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통해 시민의 고민을 해결해 준 셈이지요."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이 추진하는 공유경제 정책이 시민의 선의(善意)에만 의존하는 마케팅(cause marketing)은 아닐까. 박 시장은 "아니다, 내가 계속 강조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면서 "명분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서울 시립 병원은 13개나 있고 각 병원은 각종 자재를 개별 구매하고 있어요. 시립 병원이 공동 구매를 실천하면 비용도 줄여 환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지요. 효율적으로 사업하기 위해서 지식관리시스템(KMS)을 도입할 필요도 있어요.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 만든 '아름다운 가게(재활용품 판매점이자 자선단체)'도 매출 300억원, 직원 수 400명인 그 자체로 훌륭한 기업이었습니다. 목적은 비영리였지만, 직원 모두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경영컨설팅까지 받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지요."

박 시장의 목표는 '공유 도시 서울'을 다른 지자체나 다른 나라 도시에서 벤치마킹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부산시 등에서 서울의 공유경제 정책에 대해 문의하는가 하면, 먼저 공유 도시 정책을 집행 중인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에서도 서울의 정책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공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창조적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요. 새로운 자본주의 길이 공유에 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시간, 재능, 옷, 보석 등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