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를 앞두고 정리매매 중인 에스비엠은 정리매매 첫날인 15일 주가가 46.9% 떨어졌다가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은 오히려 61.3% 올랐다. 현 주가(1500원)는 상장폐지가 결정되기 전과 비교해도 엇비슷하다.
퇴출을 눈앞에 두고도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이 회사를 놓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고려포리머는 정리매매 첫날에만 297만4186주(20%)를 매수했고, 소액주주연대도 주식을 살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를 앞둔 마지막 정리매매 때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나오고 있다. 재상장이나 경영권 분쟁, 기업 매각, 기존 최대주주와 소송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정리매매 때 투자하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좋은 투자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의 수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①신통치 않은 상장폐지기업 매각
M&A설은 정리매매 때 기업 주가를 급등시키는 단골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다가 오너의 횡령으로 퇴출된 SSCP는 디스플레이 소재 등 전자재료 부문에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생 절차를 밟다가 매각 추진되는 SSCP는 이 때문에 대기업이 눈독을 들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인 삼성정밀화학이 본입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흥행 실패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흔들릴 때 기술 개발비를 많이 줄인 여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였던 자유투어, 룩손에너지홀딩스 등의 매각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②승소했어도 배상받을 길 막막
소송을 통해 한몫 건지려는 시도도 실패로 돌아갈 때가 많다.
지난해 8월 법원은 IC코퍼레이션(국제개발)과 관계자들에게 2007년 5월부터 2009년 8월 사이에 IC코퍼레이션 주식을 취득한 소액주주들에게 손해액의 60%를 배상해주라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사측은 올해 4월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 배상을 피해갔다. 소액주주 연대의 남청우 대표는 "사측은 동남아에 투자했던 자금 42억원을 회수했는데도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IC코퍼레이션 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3억원 더 많은 것으로 나와 부득이하게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회계법인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소액주주가 실제로 돈을 돌려받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③회사 살리겠다는 오너 약속도 대부분 공염불
지난 5월 퇴출된 알앤엘바이오는 라정찬 회장이 소액주주 주식의 절반을 5000원에 사주겠다고 하면서 정리매매 때 주가가 192원에서 425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라 회장은 공개 매수 약속을 하자마자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 여파로 주당 5000원에 추진키로 했던 유상증자는 무산됐다.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해주기로 한 것 또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건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면서도 "주식 매입 자금 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설령 재상장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소액주주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일은 별로 없다. 채권자를 대상으로 한 출자 전환을 실시하면 주식 가치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재상장을 추진할 예정인 휴대폰 부품업체 모젬이 이런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