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43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서비스수지에 속하는 지적재산권 수지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31.7%(2011년 기준)를 차지하는 전기·전자기업들의 해외기술 의존도가 높아, 수출이 늘어날수록 특허비용 등 로열티 지급도 함께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엔진 등 주요 부품 국산화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한류 관련 문화콘텐츠의 지적재산권 수지는 흑자를 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노충식 팀장 외 2명은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수지 현황 및 향후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수지 적자 규모가 49억5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로 전년(29억6000만달러)보다 67.2%(19억9000만달러)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적재산권수지 적자는 사업서비스(152억5000달러 적자), 여행수지(58억7000달러 적자) 다음으로 서비스수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업종이 30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대부분을 차지했다. 총 지적재산권 사용료 지출 47억5000만달러 중 퀄컴(모바일 AP칩), 램버스(RAM), 샌디스크(HDD) 등에 지불하는 특허비용이 94.5%(44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외국에 프랜차이즈 사용권 등을 지불하는 도·소매(5억원 적자), 출판·영상·정보(3억1000만원 적자)산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엔진 등 주요 부품의 기술자립도가 높고 해외법인을 통한 현지생산이 확대된 자동차업종은 2억2000만달러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은 4억3000만달러였고 지출은 2억1000만달러였다. 최근 K-팝 등 한류가 확대되면서 온라인게임, 음악, 드라마 및 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지적재산권 수입은 2010년 3억4000만달러, 2011년 6억8000만달러, 지난해 8억달러로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기술선진국인 미국, EU(우럽연합) 및 일본 등에서 지적재산권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기업들의 현지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동남아에서는 흑자를 냈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수지는 48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년(29억4000만달러)대비 60.6% 증가했다. EU(10억9000만달러), 일본(5억7000만달러)에 대해서도 적자였다. 반면 중국(10억8000만달러)과 동남아(2억6000만달러), 기타(2억2000만달러) 등에서 흑자를 냈다.

원천기술을 가진 선진국일수록 지적재산권 수지가 호조를 보였다. 지적재산권 수지 최대 흑자국인 미국과 일본이 2011년 각각 842억2000만달러, 98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2011년중 139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노 팀장은 "만성적인 지적재산권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R&D(연구개발) 지출을 늘려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면서 "강력한 특허를 가진 강소기업 육성과 지적재산권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