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길어지면서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높은 습도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럴 때 대당 30만~40만원 정도 하는 제습기를 사용하면 습도를 낮춰 빨래도 잘 마르고 바이러스 번식도 억제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에어컨에도 제습 기능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제습기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제습기와 에어컨은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까?

에어컨 제습기능 전기료는 냉방기능 사용 때의 약40%

주부들을 포함한 많은 소비자들은 에어컨 제습기능을 켜면 에어컨을 켤 때와 비슷한 전기요금이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루 3시간씩 에어컨(삼성전자의 18평형 Q9000 모델 기준)의 제습기능을 켤 경우, 한달 전기요금은 약 3700원(누진세 미적용) 정도로 같은 시간 동안 에어컨을 켤 경우 전기요금(9000원 정도) 보다 훨씬 적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냉방기능을 사용하면 실외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전기소모가 많아진다"며 "제습기능만을 사용할 경우 필요한 때만 실외기가 작동하기 때문에 전기소모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제습기보다 오히려 제습기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3시간 동안 에어컨의 제습기능을 작동시키면 제거되는 습기는 약 1.43리터에 달한다.

반면 제습기(10리터 기준)를 같은 시간동안 가동했을 때 전기요금은 월 4300~4500원 정도다. 제습량도 1.25리터 정도에 불과해 에어컨이 더 나은 셈이다.

제습기의 경우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높이는 것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다만 에어컨을 구매한지 오래돼 에너지 소비효율이 떨어지는 경우, 전기요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1 위닉스 ‘위닉스뽀송’ 제습기. 2 LG전자 ‘LG제습기’.


불티나게 팔리는 제습기, 높은 활용도가 강점

제습기는 경기 침체기에서 유일하게 잘 팔리는 가전 제품이다. 서울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0% 정도 급증했다. 에어컨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절전 효과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급성장의 이유로 꼽힌다.

에어컨과 비교한 제습기의 강점는 높은 활용도이다. 대부분 에어컨은 거실에 설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까지 습도를 제거하거나 시원하게 하려면 장시간 가동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제습기는 무게가 가볍고 이동식 바퀴가 달려 있어 필요한 곳에 옮겨가며 사용할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정에 에어컨이 있더라도 제습기를 추가로 구매하는 가정이 많다"며 "안방이나 작은 방 등 좁은 공간만 습기를 제거할 경우 에어컨 보다는 제습기가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안방에 빨래를 널어놓고 제습기를 틀어놓으면 더 빠른 시간에 더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습기의 경우 제거된 습기가 물로 바뀌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에어컨은 외부로 바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제습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