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기차가 서는 동대구역에서 남쪽으로 3~4㎞ 정도 내려오면 길 양옆으로 화려한 수입차 전시장들이 즐비하다. BMW·렉서스·도요타·폴크스바겐·재규어 등 이름을 댈 수 있는 웬만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수입차 전시장이 한 두개씩 생기기 시작한 '동대구로'는 이제 대구·경북에서 수입차를 사기 위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됐다. 전시장만 지어 놔도 광고 효과가 커 수입차 브랜드들도 서로 들어오려고 난리다. 이곳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성상제 YM모터스(도요타·렉서스 딜러) 사장은 "2004년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땅값이 3.3㎡(1평)당 700만원 정도였는데 이제는 2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수입차 전시장들이 주변 상권을 화려하게 바꿔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 서현동에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전시장. 서현동은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이어‘제2의 수입차 메카’로 떠올랐다.

◇상권 좌우하는 수입차 전시장

수입차 전시장이 지역 상권을 좌우하고 있다. 포화된 서울을 떠나 수입차 브랜드들이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비수도권에 주요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전시장은 일반 사무실 건물에 비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고,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야간 조명도 화려해 소형 간판이 난잡하게 붙어 있는 복합상가들보다 야경에 유리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수입차 구매자들이 소득이 높고, 전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상권 형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며 "전시장 내·외부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것도 주변 상권에 득"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체들도 서로 모여 있는 게 판매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자연스레 '수입차 거리'가 만들어진다. 고가의 자동차를 사기 위해 전시장마다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브랜드들이 모여 있을수록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각 지역마다 '가구거리'나 혼수용품 전문상가가 밀집해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이 때문에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 강원도·제주도까지 수입차 거리가 들어섰다.

◇분당·제주도, 신흥 수입차 거리 뜬다

이제 막 수입차 전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제주도는 '연삼로'를 중심으로 수입차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왕복 6차선 도로인 연삼로는 제주공항·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시청을 꼭짓점으로 한 삼각형의 정가운데 위치해 있다. 그만큼 제주도 내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지난 5월 BMW가 BMW·미니 합동 전시장을 개장했다. 이르면 다음 달쯤 폴크스바겐 역시 연삼로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 공식 딜러인 유카로오토모빌은 전시장이 아직 오픈 전이지만 임시 사무실까지 만들어 구매상담 및 시승까지 진행하고 있다. 2008년 수입차 브랜드로는 처음 제주도에 문을 연 크라이슬러도 BMW 매장에서 2㎞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분당 서현동은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이어 '제2의 수입차 메카'로 떠올랐다. 이곳에도 아우디·도요타·재규어·포드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주변 2~3㎞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장 최근에 서현동에 전시장을 마련한 재규어는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2071㎡(약 630평) 규모로 전시장을 지었다. 이는 재규어의 국내 전시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이곳 상권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맥킨타이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분당은 일산과 더불어 경기권에서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 거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강원도에는 원주 우산동에 메르세데스-벤츠·BMW·재규어 전시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2㎞ 남쪽 단계동에 크라이슬러 매장도 자리 잡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인 해운대구에는 한 대 수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와 포르셰는 물론 BMW·도요타 등 다양한 브랜드가 밀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