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면 "그래, 나 뚱뚱하다"라고 하며 연방 땀을 흘리는 개그맨이 나온다. 대개 몸집이 크면 더위를 많이 타고, 열을 식히기 위해 땀도 많이 흘린다. 통통한 편인 가수 싸이도 땀 많기로 유명한 연예인이다. 그런데 육상에서 가장 무겁고 큰 동물인 코끼리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발가락 사이 외엔 땀샘이 전혀 없기 때문. 코끼리는 어떻게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낼까.

커다란 귀와 성긴 털은 방열판

더운 곳에 사는 동물은 가능하면 표면적이 커야 한다. 그래야 열을 쉽게 방출할 수 있다. 코끼리는 몸집보다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작아 열 발산에 어려움을 겪는다. 코끼리는 대신 조상인 매머드보다 엄청나게 큰 귀를 갖고 있다.

1992년 과학자들은 섭씨 20도에서 몸무게 2t의 아프리카코끼리가 귀를 펄럭거리는 것만으로 체온 유지에 필요한 것 이상의 모든 열을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끼리 귀는 다른 피부와 달리 무척 얇고 혈관이 발달해 있어 열을 발산하는 데 유리하다. 일종의 방열판(放熱板)인 셈.

하지만 귀만으로는 코끼리가 체온을 조절할 수 없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몸무게가 7t까지 나간다. 그런데도 기온이 보통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환경에서 생활한다. 아시아코끼리는 더 열악하다. 귀 크기가 아프리카 친척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해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또 다른 코끼리의 방열판을 찾아냈다. 바로 털이다. 코끼리는 벌거숭이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억센 털이 듬성듬성 나 있다.

컴퓨터 방열판을 보면 코끼리의 성긴 털처럼 뾰족한 침이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침 끝 부분은 공기 흐름이 막힌 바닥보다 공기 속도가 빨라 바닥 쪽의 열이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가 된다. 식물에서도 잎에 난 털과 선인장의 가시가 비슷한 냉각기능을 한다고 알려졌다. 코끼리 털도 마찬가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논문을 보면 코끼리 털은 불필요한 열을 최대 23%까지 방출한다.

코끼리 털은 0.5㎜ 굵기에 길이는 20㎜다. 연구진은 털의 밀도를 달리하면서 열 흐름을 분석했다. 그러자 피부 표면적 ㎡당 털이 30만개보다 적을 때 털은 단열(斷熱)에서 방열로 기능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는 ㎡당 털이 1500개 정도이고 사람 머리카락은 200만개다.

야간 체온 낮춰 한낮 더위에 대비

코끼리 열 조절 연구는 대부분 피부 온도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열은 몸 안에서 나온다. 오스트리아 빈 수의대 연구진은 코끼리 입속으로 길이 3㎝ 캡슐을 집어넣었다. 캡슐에는 온도계와 무선송신 장치가 달렸다. 연구진은 독일과 태국 동물원에 있는 아시아코끼리 17마리를 대상으로 기온과 체온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코끼리 체온은 섭씨 36도다. 지난해 '비교 생리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면 기온이 섭씨 21도인 독일에서는 코끼리의 하루 동안 체온 변화가 0.5도에 그쳤다. 반면 기온이 섭씨 30도인 태국에서는 한밤중에는 체온이 35.5도였다가 가장 뜨거운 한낮에는 38도로 올랐다. 연구진은 코끼리가 큰 덩치를 역이용해 체온을 조절한다고 해석했다.

몸집이 크면 열을 식히기도 어렵지만, 체온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더운 곳의 코끼리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밤중에 체온을 가능한 한 낮춘다. 그러면 한낮까지 체온이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어 더위를 견딜 수 있다는 것. 사막의 낙타도 한밤중에는 체온이 34도까지 내려갔다가 한낮에는 41도로 올라간다. 연구진은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코끼리가 사는 지역의 밤 기온이 갈수록 올라간다는 사실"이라며 "밤에 체온을 낮추지 못하면 코끼리가 낮에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밝혀진 코끼리 여름 나기의 비밀은 피부 호흡이다. 지난 11일 미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실험생물학 저널' 8월호 표지논문에서 코끼리 13마리로 실험했더니 기온이 올라가면 피부로 공기나 수분이 더 잘 통과한다고 밝혔다.

코끼리는 땀을 흘리지 못한다. 대신 몸에 물을 끼얹어 피부로 흡수시키고, 나중에 몸 안의 열을 갖고 증발하도록 해 체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아열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끼리는 하루에 물 22L를 체온 냉각에 쓰지만, 가장 뜨거운 나미비아 사바나에서는 5배에 가까운 100L가 필요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한여름에 물을 하루 200L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