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증시가 또 환호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반등은 반갑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더 필요한 것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버냉키 의장은 전례 없이 분명한 어조로 양적 완화(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2.93% 오른 1877.6을 기록했다. 11일(현지시각)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도 다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돌아온 외국인의 힘이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던 외국인은 11일 29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지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발언으로 일단 미 달러화 강세가 진정될 것"이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흥국 증시의 강세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NH농협증권의 이아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미국 주요 수출국인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도 버냉키 의장 발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돌아온 외국인 덕분에 국내 증시가 모처럼 올랐지만, 상승 추세가 앞으로 이어지려면 현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증시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사실 시간 문제다.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금융시장에 풀린 돈을 다시 거둬가면 증시가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중요한 것은 이 충격을 어떻게 하면 덜 받느냐 하는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답을 찾는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V자형 반등을 보이려면 버냉키 효과에 이어 리커창 효과가 필요하다"며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날 리커창 중국 총리는 "경제성장률, 취업률 수준 등이 하한선 밑으로 내려가거나 물가의 불안정한 상승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