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미국의 벤처 산실 실리콘 밸리에서 출범한 동영상 서비스 기업 '비키'(Viki)'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세운 성공한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손꼽힌다.
 
비키는 사용자가 직접 백과사전 내용을 만드는 위키피디아처럼 세계 각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외국어 실력이 있는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해 자막을 달아 유통시키는 서비스로 한국인 유학생인 문지원·호창성씨 부부가 창업했다. 서비스 대상만 150개국, 월 방문자수만 1400만명에 이른다.
 
비키는 2010년 미국 벤처캐피탈로부터 43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1년에는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주는 '크런치어워드'에서 '최고 해외 벤처기업'(Best International) 부문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창업 초기부터 국내가 아닌 아예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본 글로벌(Born global)'형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좁은 내수시장과 대기업 중심 구조로 벤처기업들이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지향하는 벤처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 기업의 해외 진출률은 59.3%에 머물고 있고 해외에 진출한 경우에도 대부분 단순 수출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한 벤처의 경우 고용 창출이 2배 많고 투자액 유치 기회도 21% 가량 많다는게 유럽재단 측의 분석이다.
 
미래부는 창업 시기가 엇비슷한 검색업체이지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구글과 내수에만 매달린 네이버를 비교해도 글로벌 창업의 잇점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설립된 구글은 미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한해 매출액 53조원, 일자리 5만4000개를 창출한 반면 1998년 설립된 네이버는 내수에만 매달린 탓에 매출 2조원, 일자리  3500개를 만드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이번에 세운 글로벌 창업 활성화 계획은 이런 국내 창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창업 이후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이 아닌 시작부터 곧바로 해외에 진출하는 벤처의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서울 세종로 누리꿈스퀘어에 정보통신진흥협회 주도로 글로벌 창업 지원센터를 열어 해외 창업을 지원하고 민간 컨설팅 회사들을 연계해 지원하는 그랜드 파트너십을 만들기로 했다.
 
또 창업초기 기업 300개를 발굴해 성공시킨 미국 실리콘밸리의 와이 컴비네이터 같은 창업보육 전문기관도 설립한다. 창업초기 기업을 3개월 가량 집중 보육해 해외 진출을 돕는 전문기관 3곳이 올해안에 선정된다.
 
또 국내 창업자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해외에 머물고 있는 해외동포, 유학생 등 해외 거주민 740만명과 개발도상국 해외봉사단·해외인턴 5000명 등 현지 파견자들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글로벌 창업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누구나 세계적 수준의 컨설팅과 해외 네트워크를 연계한 현지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국내 벤처기업이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