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SK C&C는 SK그룹의 전산 계열사다. 계열사의 시스템 통합 관리 일감 대부분을 따내고 있는 이 회사 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으로 지분이 38%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를 얼마나 낼까.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결산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K C&C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증권 등 계열사 60여개로부터 지난해 매출을 9911억원 올렸다. 이는 총매출 1조5286억원의 64.8%에 해당한다. SK C&C의 작년 순이익은 1270억원이었다. 여기에 계열사와의 매출 비중 30%를 초과하는 34.8%를 곱하고,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38% 중 3%를 초과하는 35%를 곱하면 155억원이 나온다. 최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재산상 이익인 셈이다. 이 금액에 증여세율을 적용하면 세액이 72억9000만원으로 나온다. 이번에 기한 내에 신고하면 10%를 깎아주니 최종 세액은 65억6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같은 식으로 계산하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6개 계열사 대주주로서 증여세가 총 129억원 부과된다. 기한 내 세액공제(10%)를 받으면 116억원가량을 내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실적과 계열사와의 매출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증여세(세액공제 받을 경우 80억원)가 87억5700만원 정도 부과될 전망이다.

이 같은 세액은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익금을 계산할 때 감가상각비나 대손충당금 등 세무조정을 하기 때문에 실제 내는 세금은 달라질 수 있다. 국세청은 이 때문에 이달 말 증여세 신고 납부가 끝나 봐야 정확한 일감 몰아주기 세금액을 확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일감 몰아주기 세금 부담 더 늘어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증여세 과세는 내년에 더욱 강화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내년에는 세금 액수도 커지고, 과세 대상도 늘어난다.

첫째, 내년부터는 이익 중에서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비율이 줄어든다. 예컨대 계열사와의 거래 비율이 50%였다면, 올해엔 30%를 뺀 20%를 세후 영업이익에 곱해서 계산했지만, 내년에는 15%만 빼준다. 이 경우 35%를 곱하게 되므로 증여세를 매기는 기준인 이익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올해는 지주회사라면 50%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만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인데, 내년부터는 지주회사 대주주는 지분율에 관계없이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 내년에는 지주회사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LG그룹과 GS그룹의 개인 지분 3% 이상 오너 일가들도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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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결산 자료를 기준으로 내년도 증여세를 추정해보면 30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자는 올해 65명에서 75명으로 10명 늘어나고 세금 액수도 840억원(세액공제 땐 756억원)으로 약 200억원 가까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대기업보다 중견·중소업체들 부담 클 듯

올해 처음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시행되면서 대기업 총수는 물론 중견·중소기업 오너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30대 그룹의 오너 일가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자는 7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세청이 통보한 증여세 신고 납부 대상자가 1만여명이라고 밝힌 만큼 대부분은 30대 그룹 이하인 기업체 대주주인 셈이다.

이성태 삼정KPMG 상무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당초 대기업 오너 의 자녀가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지 못하게 견제하자는 취지가 강했는데 막상 과세 대상자 대부분이 중견업체 이하라면 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자녀에게 넘겨준 회사가 돈만 있으면 설립이 쉬운 광고, SI(시스템 통합) 업체가 대부분이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의 계열사는 대부분 수직 계열화된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조업체인 이 회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면 결과적으로 투자나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