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국회 경제정책 포럼에서 독과점 업체인 네이버(NHN)를 겨냥, 작심 발언을 한 데는 네이버의 경쟁사 배제 행위가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3월 네이버가 뛰어든 신규 사업인 '샵N'이 불러온 불공정 논란이다. 국내 전문 셀러(Seller·인터넷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자영업자) 30만 명 사이에 국내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독과점한 네이버에 대한 불만이 높다. 네이버가 자사 검색 결과나 가격 비교에서 '샵N'에 입점하지 않은, 다른 쇼핑몰 입점자들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식당에서 열린‘새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방향’세미나에서 네이버를 겨냥해“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다른 사업을 하면서 경쟁 사업자들을 배제하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 전문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인 이모씨가 전형적인 사례다. 6월 중순 네이버의 상품 가격 비교 사이트인 지식쇼핑에서 이모씨가 1년 전부터 팔아온 '캐논 카메라(SX500)'가 사라졌다. 다른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이씨 제품이 검색이 됐고,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네이버에서만 검색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일주일간 네이버에 노출되지 않자, 당장 500만원 정도 매출 손실이 났다.

이씨는 "네이버에 전화해 항의하고 통사정해서 겨우 일주일 만에 다시 내 상품이 네이버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이유 없이 내 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한 것은 네이버 자체 쇼핑몰인 '샵N'에 입점하지 않은 데 대한 괘씸죄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결국 강제적으로 샵N에 들어오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G마켓·옥션·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 1~3위 업체들도 이제 갓 1년 된 샵N을 두려워한다. 네이버 검색 독과점의 힘이 고스란히 샵N에 있기 때문이다. 매일 네이버를 찾는 1600만명이 바로 샵N의 고객이 된다.

네이버가 지식쇼핑으로 검색한 내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대형 쇼핑몰업체 A사에 따르면 6월 13일 오전 11시 30분,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를 검색한 결과엔 A사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이 최저가였다. 그런데 50분 뒤인 낮 12시 20분, 다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로 검색하니 최저가는 샵N으로 바뀌었다. A사의 최저가 제품이 검색 결과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사라진 것이다.

A사 고위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 사례는 잘 알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항의하기엔 (독과점 네이버가) 솔직히 겁난다"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보여주는 정보는 네티즌을 위한 공정한 정보가 아니라, 네이버에 이득을 주는 내용이 우선시 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인터넷 쇼핑몰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 가격 비교 등에서도 검색 결과에서 경쟁 상대를 철저하게 배제한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잠실동 엘스아파트'를 검색했다. 화면 가득하게 네이버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가 노출되고, '잠실엘스-공급면적 109㎡-전세 5억8000만원' 등이 주르륵 올라왔다. 네이버와 부동산 중개 사업에서 경쟁하는 부동산114·부동산1번지·부동산써브는 아예 사이트조차 소개되지 않았다.

이번엔 검색창에 '손연재 에어컨'을 넣었다. 네이버의 가격 비교 서비스 '지식쇼핑'이 화면 중간에 뜨고 5개 제품과 가격이 보였다. 경쟁사들은 어디 있을까. '에누리닷컴'은 파워링크에 한 줄 노출됐고, '다나와'는 화면 어디에도 없었다. 파워링크는 네이버가 검색어를 판매하는 광고다. 에누리닷컴은 네이버에 돈을 줬기 때문에 네티즌이 '손연재 에어컨'을 검색할 때 한 줄 노출되는 것이다.

손윤환 다나와 대표는 "네이버의 지식쇼핑과 경쟁하는 다른 가격 비교 서비스는 벌써 10년 전부터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사라졌다"며 "포털은 관문(關門)이란 뜻인데, 네이버라는 관문을 지나서 갈 수 있는 곳은 '네이버의 가두리 양식장'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윤식 팀장은 "네이버의 삽N에 입점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식쇼핑 검색 결과에서 일부러 배제하는 경우는 없다"며 "알고리즘을 통해 최저가 상품을 가장 위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 팀장은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구글·다나와·부동산114와 같은 다른 경쟁 서비스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동일한 경쟁일 뿐이지, 이것이 독과점의 힘을 이용한 경쟁 상대 배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