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EO)가 3일 오후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2000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를 주제로 강연했다. 관심있는 독자를 위해 샌드버그 COO의 강연 전문을 게재한다.

-셰릴 샌드버그: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최근 자서전 ‘린인(Lean In)’을 썼습니다. 세상은 아직도 남성이 이끌고 있습니다. 전세계 한국을 포함한 16개 국가에서만 여성이 리더입니다.

기업 경영진도 95%가 남성이에요.이사 중 여성의 비율은 1%에 불과한데,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가 여전히 남성의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정규직을 늘리는 것이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리더십은 남성의 전유물입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경제 참여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평등입니다. 저는 여성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공공정책도 중요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개인의 내면적 변화라고 봅니다. 오늘 세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일입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먼저 여성을 주저하게 만드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나라마다 문화와 관행이 다르지만 성적 고정관념에 대한 경직성은 전세계가 똑같습니다. 남성은 리더를 맡고 여성은 희생적으로 가족을 돌봐야한다는 논리입니다.

성별을 모르는 상태에서 입사지원서와 이력서를 보면 여성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성별을 알고 나면 남성에 대해 더 좋은 평가를 내리는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녀의 가치는 이렇게나 다릅니다.

일례로 어느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그 자리에는 남자 8명과 여자 2명이 있었는데, 저녁 모임을 주최한 남성이 혼자 끊임없이 말을 하자 내가 도중에 끊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 남성은 다른 남성들이 자기 말을 끊을 때, 잠자코 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을 끊자 손을 내 얼굴 바로 앞에 대고 “내 말이 아직 안 끝났다”며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일상에서의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자신감이 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한 비결을 물어보면, 남성은 자기 능력때문에 성공했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요, 운이 좋았어요”라고 답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했다고 믿는다면, 다음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제이’라는 동료와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영진이 이를 반대했습니다. 나중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을 때 나는 몇번이고 “협조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했습니다. 제이는 반대로 “나와 셰릴이 옳다는 걸 애초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험을 책에 넣어도 되겠냐고 묻자, 제이는 흔쾌히 괜찮다고 대답해줬어요.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성공한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성공하면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성공한 여성들을 두고 ‘남자 같다’ 혹은 ‘결혼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한 교수는 하이디라는 성공한 투자자, 벤처 투자자의 사례를 케이스 스토리로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하워드’라는 남자 이름으로 바꿔서 보여주고 선호도를 조사하자, 다들 이 하워드라는 남성을 하이디보다 더 선호했고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하이디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 같다”는 등의 평가를 내렸어요.

실제로 여성들은 승진에 있어서도 성차별을 받습니다. 이같은 차별은 여성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끌어내립니다. ‘린인재단’을 운영하는 회원 한명이 어느날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아빠가 일을 잘할 때는 사람들이 아빠를 좋아하는데 엄마가 일을 잘하면 사람들이 엄마를 안좋아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자, 딸은 의외로 “사람들이 날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 일을 열심히 안 해야 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한국어로 ‘나댄다’는 표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발음 괜찮나요? 저기 제 한국어 선생님이 앉아있습니다(웃음). ‘나댄다’는 남자를 위한 표현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댄다는 말은 ‘리더의 역할을 분에 넘치게 한다’는 뜻입니다. 보통 직장에서는 너무 과격하다거나 남자같은 여성들을 두고 나댄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남성에게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아요. 남성들 중에 당신이 과격하는 말을 들은 사람이 있나요? (청중에서 몇명이 손을 들자) 두세명이 있는 것 같네요. 여자들은 어떤가요? (많은 여성이 손을 들자) 이런 문제는 공론화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여성에게 ‘나댄다’고 하지 말고 ‘CEO급 리더십 스킬이 있다’고 말해주세요.(박수)

정책도 바꿔야 합니다. 여성이 남성들과 함께 더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낮습니다. 같은 성과를 내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23% 가량 낮고 한국은 39% 낮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 최저 수준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다른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불공평합니다.

커리어(경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육아 휴직을 했다가 복직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편견이 존재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내 남편은 ‘서베이 몽키’라는 서베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회사 사원 중 한 여성은 육아 휴직 후 다시 복직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출산 때문에 일을 쉰 여성을 받아주지 않았지만, 남편의 회사는 그녀를 받아줬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굉장히 일을 잘 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회사에서도 그녀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도 바뀌어야 합니다. 최근 근무시간은 계속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더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합니다. 나는 아이를 낳은 후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하곤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들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근무 시간을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 반까지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직업을 잃지 않고 페이스북에 계속 다닐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당신 덕에 우리도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돼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남성들은 여성과 함께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미국의 남성 CEO 중 64%가 여직원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정에서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가사일을 하는 것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만 부부가 더 행복해질 수 있어 이혼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남성들은 이를 위해 아내와 가사를 분담해야 합니다.

여성 중 대학 졸업자의 비율은 50%가 넘지만, 고위직 중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형편없이 낮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지금 당장 바꿔야 합니다. 여성이야말로 다른 여성들에게 최고의 조언자, 후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CEO가 된다면, 저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있는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게 된다면,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자신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공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