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시대는 끝났다.'(4월 소시에테제네럴 보고서)

'온스당 1000달러로 떨어질 것'(6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2001년 이후 작년까지 12년 강세장을 누려왔던 국제 금값의 급락을 예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런던 금 시장에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192달러로 2010년 5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어 문을 연 뉴욕시장에서 온스당 1234달러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2010년 8월 이후 최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분기(4~6월) 금값은 25% 하락했다"며 "분기별로 따지면 1920년 이후 93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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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 '12년 강세장' 끝나나

금값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란 먹잇감이 있으면 강세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인류 역사에서 금이 최후의 안전 자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온스당 256달러로 바닥을 찍고 시작한 금의 강세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증폭됐다. 금값은 2007년 말 온스당 800달러였으나, 위기가 터지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금을 찾으면서 급등했다.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로 달러가 무제한으로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2011년 8월 금값은 온스당 1878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에 육박했다.

'금 벌레(gold bug)'라고 불리는 금 투자자들은 금을 매집하기 시작했고, 금융위기 이후 성장 엔진으로 등장한 인도와 중국이 금을 사들인 게 금값 상승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나타나지 않자 금값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내년 양적완화 중단 선언은 미국의 경기 회복 신호로 금 시장엔 악재(惡材)다. 게다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에 불과해 물가 급등 우려가 없다. 이에 헤지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는 보유하고 있던 금을 내다 팔고 있다.

1980년대 금값 폭락의 악몽

국제 금값은 2차 대전 직후만 해도 미국 정부가 금을 온스당 35달러에 바꿔주기로 보장하면서 그 수준에 고정돼 있었다. 그렇지만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교환) 중지를 선언하고 금값 결정을 시장에 맡기면서 폭등과 폭락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국제 금값은 1970년대에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1976년 8월 온스당 100달러 선에서 1980년 1월 850달러로 올랐다.

이처럼 급등했던 금값은 1980년대 초 2년 사이 60% 이상 폭락했다. 1979년 미 연준 의장이 된 폴 볼커가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올려 물가를 잡아 버리자 금값은 상승 동력을 잃은 것이다. 이후 금값은 20년 가까이 250~400달러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최근 금 투자자들이 1980년대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중단 선언이 금 투자자들에겐 볼커의 금리 인상과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향후 금값 전망, 크게 엇갈려

향후 금값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금 수요는 여전해 강세장 마감은 아직 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3년 내에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도 엇갈린다. 금 강세장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10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HSBC는 장기 금값 전망을 온스당 1500달러로 유지하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 12년 동안 지속했던 국제 금값의 장기 상승세는 마무리돼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금 매수세가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