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서 유대인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문화 덕분입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그로스(72·David Gross·사진)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7일 고등과학원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NA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해보면 모두 한 부모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유대인이 우수한 이유는 유전자가 아니라 저녁 밥상머리에서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로스 교수는 20세기 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초(超)끈(superstring) 이론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고등과학원 대중강연을 위해 함께 방한한 제자 에드워드 위튼(62·Edward Witten) 프린스턴대 교수는 물리학자로는 유일하게 1990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메달을 받았다. 두 사람은 모두 유대인이다.

그로스 교수는 "경제학 박사였던 부친과 다른 세 형제와 함께 매일 저녁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를 두고 지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아버지는 질문을 던지고 아들들이 서로 답변을 하느라 경쟁하는 것을 즐기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로스 교수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그의 부친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대통령 밑에서 경제자문관을 역임하며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석 달간 한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와 전후 복구 사업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