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7개월째 1%대 물가… 日장기 불황 초기와 닮았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1%대 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전년 동월 대비) 이어지고 있고,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도 낮은 물가 상승률이 2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이런 모습은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1%대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베노믹스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디플레이션 탈출입니다. 오늘은 디플레이션이 무엇이고 왜 발생하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으니까 디플레이션은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서 일어나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보다 경제에 훨씬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물가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디플레이션은 한 나라의 수요가 감소하거나 공급이 증가해서 일어납니다.

한편 디플레이션의 반대 개념인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해서 일어납니다. 적절한 물가 상승은 돈이 잘 돌아 경제에 활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아 적정 수준 이상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가 계속 올라 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저축을 하는 대신 소비를 늘리며, 집·땅과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기를 선호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투자가 위축되고,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돈을 벌지만 임금을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면서 소득과 부의 분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좋은 디플레이션과 나쁜 디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은 공급이 증가하거나 수요가 감소해서 발생합니다. 공급 측면에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은 생산기술의 발달 등으로 공급이 늘어나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생산성이 높아져서 같은 비용을 들이고도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게 되면 공급이 늘어나 물가가 떨어지게 되겠죠. 가격이 떨어져도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입니다. 이렇게 공급이 늘어나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은 물가도 떨어지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게 해주니 좋은 디플레이션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한 사례는 아주 드뭅니다. 1880년부터 1896년까지 미국에서 물가가 30% 이상 떨어졌는데도 경제는 매년 5% 이상 성장한 적이 있습니다. 1900년 이후로는 중국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한 물가 하락과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수요 측면에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은 소비와 투자 등과 같은 수요가 줄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인데요. 심각한 경기 침체로 연결되는 나쁜 디플레이션입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장기 저성장이 나쁜 디플레이션이 동반된 경기 침체입니다. 나쁜 디플레이션은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 나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경기가 나빠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 데다 가격이 계속 떨어지니까 상품을 팔려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합니다. 생산성이 올라 원가를 낮출 수 없다면 이윤이 계속 줄어들어 기업은 임금을 낮추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을 낮추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되고 실업률이 오르게 됩니다.

둘째, 나쁜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소비가 감소합니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니까 소비를 늦출수록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미래에도 계속해서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기고, 그러면 사람들은 가능한 한 소비를 미루고 현금을 보유하고자 할 것입니다. 사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 가치가 계속 커지니까 현금이 가장 좋은 자산입니다. 일본에서 시중금리가 거의 0%인데도 사람들이 저축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가계의 소비 감소는 물가 하락을 부채질하여 기업을 더 힘들게 하고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커집니다. 현금 가치는 계속 오르고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은 계속 내리기 때문이지요. 같은 액면 금액의 빚이라도 돈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일 때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가계와 기업 모두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부채를 상환하는 데 주력하게 됩니다. 소비와 투자를 줄이니까 경제성장은 잘 안 되겠지요.


나쁜 디플레이션은 어떻게 피할 수 있나요?

나쁜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고, 금리가 낮아져도 가계와 기업 모두 현금을 선호하게 되어 시중에 돈이 돌지 않게 됩니다. 결국 물가가 더 떨어져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 spiral)'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라는 정책에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이유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경기가 활력을 되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나쁜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미국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장기 불황과 같은 가장 나쁜 경기 침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버냉키는 애초에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나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

◆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경제정책입니다. 일본의 20년 장기 불황 요인이 디플레이션에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일본은행의 무제한적 엔화 공급(양적 완화), 산업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확대 등 성장 전략을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퀴즈

한 나라의 전반적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며, 반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 7월 3일(수) 오후 5시 마감, 7월 5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 이마트 상품권(1만원권) 모바일 교환권(40명, 각 1장)

이마트 상품권 모바일 교환권 당첨자=고병철 고정님 김경숙 김대곤 김문기 김민지 김수정 김수진 김영상 김영선 김은실 김정란 김종석 김태기 김태현 김해란 김현 남상선 류재익 문준근 민석동 박동훈 박옥동 박원기 방성호 서정륭 설종식 심유진 오향숙 옹상수 이두성 이원형 이화진 임창굉 전수남 전종용 조정남 채동수 최석해 홍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