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세계적 석유 회사 엑손모빌의 엑손발데즈호가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기름 1100만갤런이 3400㎞ 해역에 유출돼 수달 2800마리, 물개 300마리, 바닷새 25만마리, 고래 22마리가 몰살당했다. 이 사고로 파괴된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3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은 차가운 얼음 바다로 이뤄져 있어 다른 바다와 달리 생물학적 분해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양 오염은 북극 생태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북극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경우 이런 불행한 사건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유전, 항구 등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북극 항로가 열려 많은 배가 북극해를 지나다닐 경우 해빙에 따른 지구온난화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북극의 영구동토(凍土)층이 녹으면서 그 밑에 갇혀있던 메탄가스가 대규모로 방출되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메탄가스 방출로 북극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이 때문에 영구 동토층이 더 빨리 녹아 메탄가스 방출량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극 개발의 속도를 늦춰 북극의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북극의 일부 지역을 '국제공동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글로벌 차원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북극 개발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극여우, 돌고래, 물개 등 '10대 멸종 위기 동물'을 선정하고 이들의 서식지에서 항해, 석유 및 가스 개발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환경 단체들의 개발 반대 움직임과 북극 연안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연안국들의 입장이 부딪치자 북극위원회 등 글로벌 기구 차원에서 두 가지 입장을 포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북극위원회 산하 북극해양환경보호 실무 그룹은 2009년 4월 '북극 연안 기름 및 가스 지침'을 발표해 예방, 오염자 부담 등의 원칙을 세우고 구체적 지침을 제시했다.

북극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혁신도 병행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든 해빙으로 더욱 가까워진 북극에 대한 난개발이나 맹목적 보호주의를 지양하고, '보호와 개발'을 동시에 지향하는 합리적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