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SK(034730)회장 형제와 회사 자금 횡령 공범으로 기소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법정에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수사에서) '최씨(최태원 회장)의 최 자도 꺼내서는 안 된다'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 최 부회장도 빼야 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최태원 회장 형제의 횡령 혐의를 감추고 김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사건을 구성하자는 사전 공모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김원홍 전 고문은 최태원 회장 형제의 투자를 대행하던 인물이다. 김준홍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어떻게든 최 회장 형제를 보호하려는 듯 말했다"고도 말했다.

김준홍 전 대표는 21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최태원 회장 공판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글로웍스 횡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2년) 보석으로 나왔을 당시 최재원 부회장이 준 휴대전화로 김 전 고문에게 여러 차례 전화가 왔는데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 최 부회장도 빼야 된다'는 말을 했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잘 될 거다. 대법원 가면 무죄다"라고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 동안 검찰은 "피고인들이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감추기 위해 사전에 입을 맞췄다"고 주장해왔다.

김준홍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처음에는 '최씨의 최 자도 꺼내서는 안 된다'고 하더니, 보석으로 나온 후에는 '그건 회장이 인정했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그것'이라는 게 펀드 선지급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 측은 1심에서는 "펀드 출자에 최 회장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지만 항소심에서는 "계열사가 펀드에 출자하는 데 관여했지만, 펀드가 출자한 자금이 빠져나가며 횡령 혐의가 발생한 부분은 전혀 모른다"고 진술을 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