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이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본지가 18일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진·한화그룹 등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상반기 신입 사원 채용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인성(人性)으로 나타났다.

LG화학 김경호 상무는 "개인의 능력은 교육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인성은 아무리 교육해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한성권 부사장은 "기존 조직별로 업무 성과가 뛰어난 직원을 분석해 보니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직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은 여전히 어학 성적,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스펙을 보지 않는 탈(脫)스펙 전형을 도입하는 대기업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면접 기다리는 응시자들 -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유플러스 사옥의 입사 면접 대기실에서 응시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①지방대 우대

삼성전자 "성적대로면 지방대 비율 27%… 加點 줘 35%로"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지방대 출신 우대다. 특히 지방에 사업장이 많은 제조업 기반 대기업에서 지방대 약진 현상이 뚜렷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지방대 출신 채용을 늘리기 위해 지방대 출신 우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입학생의 평균 수능 성적이 낮은 하위권 지방대 출신도 일정 인원 이상 선발하기 위해 별도 정원을 할당했다. 삼성전자 원기찬 부사장은 “지방대 출신에게 가점 등을 부여해, 성적대로만 선발하면 27%에 그칠 채용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렸다”면서 “인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지방대 출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②人性 가장 중시

"업무 능력은 키울 수 있지만 인성은 바꿀 수 없더라"

상당수 그룹이 가장 중요한 지원자의 자질로 인성을 꼽았다. 지원자의 지식이나 지혜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좋지 않은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LG화학 김경호 상무는 "인성이 나쁘면 조직 적응력은 물론 업무 성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 면접 횟수와 시간을 늘리는 것을 고민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책임감도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현대중공업 김헌성 상무는 "조직이 커지면서 회사가 모든 사안을 챙길 수 없기 때문에 책임감이 강한 사람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③인턴 출신 채용

공채 의존 줄이고 자질 검증된 경력자 선발 늘려

인턴 프로그램을 채용과 연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턴은 과거 스펙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선 우수 인재의 자질을 사전에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원기찬 부사장은 "공채에서 모든 자질을 100% 확인할 수 없다"면서 "10주 정도 인턴으로 근무시켜 보면 관찰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자질 검증도 확실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부터 인턴 가운데 성적 우수자를 신입 사원으로 채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 대학 2·3학년 때부터 회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재를 선정해 그대로 채용하는 조기 선발 인원을 늘리고 있다.


④맞춤형 선발 확대

스펙 요구 안하고 음악PD·시인 등 다양한 전문가 뽑아

맞춤형 채용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그룹은 채용사정관제를 도입해 면접과 에세이만으로 채용하는 전형을 도입했다. 올해엔 음악 프로듀서, 시인, 지방대 해킹 동아리 회장 등 다양한 특기를 가진 인재를 대거 뽑았다. SK그룹은 올해 서류 접수 단계부터 합격자 발표 때까지 지원자의 학력이나 외국어 성적을 요구하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프레젠테이션(발표)만으로 신입 사원 채용 인원의 10% 이상을 뽑는 '바이킹 챌린지' 전형을 도입했다. 포스코는 리더십과 조직 충성도가 높은 군 전역 장교를, 롯데그룹은 부드럽지만 강인한 리더십을 갖춘 여군 전역 장교를 특별 채용하는 전형도 실시하고 있다.


⑤자기소개서 중시

학점은 3.0이면 충분… 지원자의 인생·철학 꼼꼼히 살펴


대기업은 예전에 비해 스펙을 상대적으로 덜 보지만 자기소개서는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 삼성·LG ·GS 등은 입사 지원자의 학점이 3.0 이상이면 합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LG·포스코·한화 등은 면접관에게 지원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면접을 보도록 하는 탈스펙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꼼꼼히 본다. 해당 기업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지원자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헌성 상무는 "본인이 지원하는 회사의 주력 제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입사지원서에 타 기업명을 기재하는 등 성의가 부족한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선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