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998년 도입한 사외(社外)이사 제도가 15년이 넘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18일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러셀레이놀즈의 도움을 받아 국내외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외 기업들은 IT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주로 관료 출신과 학자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세무조사, 검찰 수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사외이사 13명 중 11명이 기업인 출신이며, 이 가운데 5명은 IT 전문가다. 에너지기업 액손모빌은 IBM 회장을 지낸 새뮤얼 팔미사노 등 IT, 식품, 보험 등 전문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애플도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인 이마트의 경우 사외이사 4명 모두 국세청, 검찰, 감사원, 보건복지부 등 관료 출신이라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전자기업인 삼성전자도 각각 한 명을 뺀 나머지를 관료과 교수 출신으로 채웠다고 한다.

또 해외기업의 사외이사는 보통 7~8년 길게는 15년 이상 재임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임기가 3년인데다 연임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은 최근 더욱 심해져, 경제개혁연구소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1개 그룹, 250개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분석한 결과, 관료, 법조인,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크게 늘어난 반면 기업인 출신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의 갑(甲) 노릇을 하는 경영 환경이 최근 기업 규제 강화로 더욱 심해진 탓”이라며 “사외이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총수의 독단을 견제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