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고객 2%가 회사를 지지하고 소문을 퍼트리게 해야 합니다."

지난 12일 국내 대기업들에 소문 마케팅 기법을 소개하러 한국에 온 스티브 녹스(Knox)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 고문은 "친한 친구가 공격을 당하면 누구나 친구를 도와주려고 말을 하게 마련인데, 기업도 핵심 고객 2%를 친구처럼 만들어야 악의적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7년간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 회사 P&G의 소문 마케팅 전담 회사인 트레머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고, BCG에 합류했다.

소문 마케팅의 전문가 스티브 녹스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 고문은“기업이 전체 고객 중 핵심 고객 2%를 친한 친구처럼 만들어 두어야 악의적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녹스 고문은 기업들이 소문 마케팅을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핵심 2%(critical 2%)'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기업의 고객군이 누구이고,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지 파악하고 나서 커뮤니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게 열쇠다"라며 "일단 이런 고객을 찾아내고 나서는 이들과 지속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2%란 숫자는 경험 법칙으로 찾아낸 것이다.

회사를 언제나 옹호할 수 있는 핵심 고객을 찾아내고 나서는 이들의 입을 여는 게 그다음 단계다. 녹스 고문은 트레머의 CEO를 역임하면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분석했다고 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 '사람들이 말을 하게 하려면 '도식(schema)'을 파괴하라'는 원칙이다. 그는 "도식을 파괴하는 얘기가 뇌에 입력되면 뇌는 불균형 상태가 되고 다시 균형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며 "핵심 고객들이 기존 도식을 파괴하는 얘기를 들으면 그 내용을 주변에 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녹스 고문은 도식 파괴형 소문 마케팅 사례로 타이레놀의 예를 들었다. 진통제를 생산하는 타이레놀은 젊은 고객층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들에게 접근해 '고통은 즐거움이다. 고통이 있더라도 타이레놀을 먹으면 된다'란 말을 퍼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고통은 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것이다. 그러자 젊은 층 사이에서 타이레놀이 화제에 올랐고, 판매 신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조금씩 쇼핑하자(shopping small)'란 콘셉트로 중소 유통업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대형 마트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조금씩 쇼핑하자'는 기존 관념을 깨는 얘기다. 이런 역발상은 중소 유통 매장에는 도움이 되는 얘기라서 중소 유통 시장을 파고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녹스 고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던 '라면 상무' '조폭 우유' 사건과 관련, "일단 잘못된 것은 빨리 시정하고, 시정했다는 내용을 핵심 고객 2%를 통해 퍼트려야 일파만파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기업이 미리 이런 옹호 고객을 확보해 놔야 브랜드가 예기치 않게 타격을 받아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스 고문은 "소문 마케팅이 전통적 마케팅 기법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실시간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방식으로 사회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이 무시할 수는 없는 기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