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500㎞ 떨어진 해안도시 말뫼는 1980년대 초까지 잘나가던 산업도시였다. 지역 경제의 중추였던 조선소에 우뚝 선 높이 128m, 무게 7560t의 초대형 크레인은 도시의 랜드마크였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웨덴의 조선업은 한국·중국에 밀려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고 조선소는 문을 닫았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크레인은 220억원에 달하는 해체·운반 비용을 부담할 회사를 찾지 못해 방치되다 2002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되며 '말뫼의 눈물'이라고 불렸다.

'죽음의 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변신한 말뫼

스웨덴 말뫼에 있는 애플스토어.

조선업 쇠락 후 '죽음의 도시'라는 오명을 쓴 말뫼는 '부(Bo)'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도시재생계획을 세워 버려진 해안 공장지대를 생태 주거단지로 개발했다. 전력은 풍력·태양광으로 해결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차량용 바이오 가스로 재생시켰다. 그 결과 2007년엔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현재 말뫼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단일 경제권을 만든 것이다. 우선 말뫼와 코펜하겐을 잇는 8㎞ 길이의 외레순 대교를 건설해 이동 시간을 30분으로 줄였다. 자연스레 두 도시 교류는 활발해졌다. 코펜하겐 시민들은 집값이 약 30%나 저렴한 말뫼로 거주지를 옮기고 말뫼 시민들은 코펜하겐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이후 말뫼는 북유럽의 새로운 산업 중심지로 부상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국적 기업이 북유럽 본사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말뫼로 이전한 게 좋은 예다.

'파리의 쓰레기장'이 유럽 최고의 IT도시로

프랑스 이시레물리노 중심가 전경.

프랑스 파리의 위성 도시 '이시레물리노(Issy-Les-Moulineaux)'의 변모는 프랑스에서도 '기적'으로 불린다. 이곳은 19세기에 수도 파리에 둘 수 없는 혐오 산업을 배치하기 위한 곳으로 조성됐다. '파리의 쓰레기장'이었다. 1970년대 후반까지 이 도시는 빈민굴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지금 이시레물리노는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도시의 하나가 됐다.

변화는 1980년 앙드레 상티니 시장 당선과 함께 시작됐다. 그는 기업을 유치했고, 도시의 흉물이던 빈 공장들이 사무실로 바뀌기 시작했다. 곳곳에 녹지공간도 조성했다. 중소기업들엔 이주 기간 중 시청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빌려주고 비서까지 제공했다. 창업 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의 열정은 기업들을 움직였다. 코카콜라·존슨앤드존슨·비텔 등 대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티니 시장은 아무 기업이나 유치하지 않았다. 정보통신(IT)이 미래의 산업이란 점을 간파하고 관련 기업의 입주를 중점적으로 유도해 시스코 휴렛팩커드 등을 유치했다.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최고 수준의 건축가들을 동원해 시의 주거 건물을 리노베이션했으며 모든 다리의 개·보수 공사를 했다.

이 같은 시정 운영 시스템으로 이시레물리노는 유럽연합(EU)이 선정한 '지방정부와 시민 네트워크 강화 모범 도시'로 선정됐고, 2005·2007·2009년 3회에 걸쳐 정보화사회포럼(ICF)이 선정한 '세계7대 정보화 도시'로 선정됐다.

◇한국의 '말뫼' 발굴·시상, 올해로 10회 맞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지붕과 벽이 빨강·파랑·초록색 등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해져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린다. 대표적 달동네였던 이 마을은 주민·예술가·지자체의 협력으로 국제적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 지자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유치에 명운을 걸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과 자기 개발 없이는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어졌다. 한국의 지자체들도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대변신을 시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지역 특성을 살린 특화된 지역발전전략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성공 사례들이 적지 않다. 제주 서귀포시는 지역 특산물인 감귤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조화시켜 '감귤랜드'라는 새로운 관광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서울 도심의 낙후된 공단지대였던 구로구는 첨단 디지털 기업 유치로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산업단지로 변신했다.

산업정책연구원(IPS)과 조선일보가 2004년 이후 10년째 지역산업정책대상을 개최해온 것은 바로 이런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서귀포시·마포구·부천시·창원시·김제시 등 지역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을 받았다. 부산 사하구는 달동네의 지붕과 벽을 빨강·파랑·초록색 등으로 알록달록하게 만들어 이국적 풍경을 탄생시켰다. 전국적으로 관광 명소가 된 것이다. 창녕군은 시골 마을에 넥슨타이어 공장을 유치해 집 떠난 젊은이들을 돌아오게 했다.

IPS는 올해도 지역산업정책대상 심사를 위해 오는 7월까지 안내 공문을 대상 지자체에 발송하고, 이어 8월 30일까지 지자체로부터 응모 신청서를 받는다. 이후 지역 경쟁력 전문가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오는 10월에 제10회 지역산업정책대상을 시상하게 된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모여서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만들면 그게 바로 현대판 '골드 러시(gold rush)'"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