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초보 직장인 김씨(32세)는 최근 낭패를 봤습니다. 김씨는 올해 초 매수한 주식이 20% 이상 오르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김씨는 매도 당일 저녁, 친구 몇 명에게 술 한잔을 사기로 하고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잔액부족이라는 메시지를 보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주식대금은 매도 이틀 후에 입금되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증권 예탁결제제도는 3일 거래 방식(D+2)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주식을 팔면 그 날을 포함해 사흘째가 돼야 실제 돈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1만원에 샀던 주식 100주를 월요일에 매도(1만2000원)했다면, 120만원의 주식대금(수수료 포함)은 수요일이 되야 출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일 기준이므로 만약 수요일이 공휴일이라면 목요일이 되야 돈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3일 결제제도는 주식을 살 때나 팔 때 모두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왜 주식은 현금처럼 주고 받는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바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달리 주권(주주의 지위를 나타내는 유가증권)은 현금화를 위한 환전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현금을 들고 슈퍼에 간다면, 돈을 지불하고 1만원어치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만원짜리 주권을 들고 슈퍼에 간다면, 주권은 종이조각에 불과합니다. 결국 주권을 매도해, 현금화 해야만 슈퍼에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서 돈과 실물 주권을 교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주권의 분실, 위조 등의 단점이 있었다"며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1974년 실물 주권을 예탁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설립됐고, 예탁결제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행정적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3일로 지정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주식거래는 주식 실물을 발행회사가 예탁원에 맡겨 두고, 매매자는 각자의 증권 거래계좌를 통해 주식 대금만 정산하는 대체결제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매매자에게는 보이지 않은 복잡한 과정 때문에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예탁결제 방식이 빛을 발휘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정교하게 위조된 롯데하이마트 1만주(8억원 상당)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H증권사 창구에서 매도된 위조주권은 예탁원의 검열과정에서 발견됐고 대금 지급이 중지됐습니다. 만약 예탁결제 방식이 없었다면, 이미 8억원의 주식대금은 지불됐고, 이는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시켰을 것입니다.

예탁원 관계자는 "예탁거래에 따른 3일 결제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빠른 것으로, 미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최대 7일 결제제도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며 "예탁거래는 증권발행의 간편화와 발행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증권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