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문 연세대 교수는 해마다 2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자기 스스로 치유하는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외국 주요 학회와 언론이 그를 주목했다. 그는 "국내 언론사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대학교수가 국내 시장에서만 해마다 2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자기치유 콘크리트’ 기술을 개발했다. 자기치유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표면에 특수처리한 코팅재료를 입혀 부식을 막는 혁신 기술이다. 균열과 부식에 취약한 콘크리트의 한계를 보완해 건축물의 수명 연장과 유지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정찬문(53) 연세대(원주캠퍼스) 화학ㆍ의화학과 교수. 정 교수의 연구성과물을 먼저 주목한 곳은 외국 학회와 언론이었다. 미국 화학회는 학회지 ‘응용물질과 계면(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지에 정 교수의 자기치유 콘크리트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월 첫 째주 특집기사에서 정 교수의 자기치유 콘크리트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막상 국내 언론이나 연구진은 정 교수의 연구성과물에 대해 모른다. 조선비즈는 지난 12일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그는 “언론사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말주변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 정 교수는 자기 연구성과를 자랑하기보다 “콘크리트 관리보수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질까”를 먼저 걱정했다.

콘크리트는 온도 변화나 습기 탓에 갈라지거나 틈이 생긴다. 그 틈 사이에 물이나 화학물질이 침투해 콘크리트를 부식시킨다. 자기치유 콘크리트는 코팅 속 치유물질이 틈 속으로 녹아 들어가 메우기 때문에 부식의 원인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정 교수는 2009년 말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로부터 ‘콘크리트 구조몰의 균열부 자기치유를 위한 반응성 코팅재 개발’이라는 과제를 위탁받았다. 상용화 성공 여부는 기술이전에 달렸다. 정 교수는 “제조업체가 성공적으로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을 생산해내야 연구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콘크리트·페인트 회사 삼중씨엠텍이 기술 이전을 받고 있다. 늦어도 2~3년 뒤면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

기술 이전과 별도로 정 교수는 자기치유 콘크리트의 약점을 극복할 다음 연구를 마쳤다. 논문은 완성했다. 곧 학회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 교수는 "콘크리트 외벽에 있는 보호코팅재 속 치유 물질이 균열이 생겨도 틈을 메운다"며 "이를 통해 안정성이 크게 좋아지고, 콘크리트를 자주 보수할 필요가 없어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콘크리트가 어떻게 스스로 치유하나.
"콘크리트 자체가 아니라 콘크리트 보호코팅재의 치유로 이해하는 게 정확하다. 콘크리트 외벽은 보호코팅재로 처리하는데 보호코팅에 금이 가면 그 틈으로 물, 염소, 이온, 이산화탄소가 들어가 내부를 부식시킨다. 보호코팅재에 자기치유 기능이 있으면 균열을 스스로 치유해 부식을 막는다."

-자기치유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콘크리트 외벽에 보호코팅재를 입힌다. 보호코팅재에는 치유 물질을 담은 다수의 캡슐을 집어넣는다. 치유 물질은 반응성 액체다. 균열이 생기면 그 자리에 있던 캡슐이 깨진다. 깨진 캡슐에서 액체 상태의 치유물질이 흘러나와 틈을 메운다. 액체는 햇볕과 만나 딱딱해진다. 공기 중 수분이나 산소와 만나도 딱딱해질 수 있다."

-자기치유의 효과는.
"안전성이 크게 높아진다. 콘크리트 외벽에 보호코팅재를 입혀도 사람이 (외벽에) 균열이 생겼는지 지속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틈이 눈에 띄면 코팅재를 벗겨내고 다시 칠한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이다. 이 균열 안으로 물이나 이산화탄소 등이 들어가 부식을 일으킨다. 그러면 교량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있다. (자가보수 콘크리트는) 자주 보수할 필요 없어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교량의 보수·유지 비용은 건설비의 30% 정도(10년 기준)나 된다. 자기치유 콘크리트는 교량의 보수·유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균열이 생겨 치유됐던 자리에 또 균열이 생길 수 있지 않나.
"그게 한계다. 치유 물질을 담은 캡슐이 이미 깨진 상태라서 그 자리에 균열이 또 생기면 결국 부식된다. 그래서 요즘 딱딱하게 굳어지는 게 아니라 껌처럼 말랑말랑한 점탄성을 가진 물질로 변하게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말랑말랑한 곳에서는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이 기술과 관련해 논문 한 편을 이미 썼다."

-자기치유 콘크리트는 새로운 개념은 아닌 줄 알고 있다.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 연구진이 콘크리트 내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로 자기치유 콘크리트를 개발한 적 있다. 하지만 박테리아 수명이 다하면 치유 기능이 없어진다. 박테리아 수명이 1년가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엔 부식을 피할 수 없다."

-자기치유 보호코팅재의 수명은 얼마나 되나.
"지금 확인된 건 1년 반 정도다. 3~4년 보수 없이 자기 치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언제 상용화되나.
"지금 삼중씨엠텍이라는 콘크리트·페인트 회사가 기술을 이전받고 있다. 상품화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듯 하다.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한 것은 몇십그램 수준이라서 이걸 바로 제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 생산 규모를 조금씩 키우고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연구용 실험시설)에서 두세 단계 거쳐야 한다. 빠르면 1년, 늦어도 2~3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