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권사가 갤럭시S4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삼성전자 주가를 폭락시켰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7일 하루 동안 15조2000억원이나 증발했다. 다른 전자·IT 기업 주가도 동반 폭락했다.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시총 15조 증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6.18% 폭락한 142만70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애플과 특허 소송에 진 작년 8월(-7.5%) 이후 최대 낙폭이다. 특히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6600억원 넘게 팔면서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파트론(-10.9%), 인터플렉스(-10.6%) 같은 IT부품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주가 폭락은 전날 JP모건이 갤럭시S4의 판매량이 빠르게 줄고 있어 3분기 이후 영업이익률이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부품공급사 조사를 통해 올해 갤럭시S4 판매예상치를 8000만대에서 6000만대로 낮췄다. 목표 주가도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바꿨다.

말레이시아 CIMB증권도 7일 갤럭시S4의 올해 시장 출하량 예상치를 8000만대 이상에서 6500만대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 삼성전자의 2분기 전체 스마트폰 예상 판매량이 당초 8000만대에서 7500만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도 35p 빠져… 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0% 급락한 1923.85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6000억원어치 이상 내다 판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6.18%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8조780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국내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약 30%다. 이 가운데 74%(6조5100억원)가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에서 나왔다. 갤럭시S4를 비롯한 스마트폰 의존도가 너무 높다. 그런 스마트폰의 미래가 흔들린다는 소식에 증시가 공포를 느낀 것이다.

"시장 반응 과장됐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지적이 타당한가는 따져봐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내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보면 판매량과 향후 판매량 변화예상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데 최근 큰 변화가 없다"며 "주식시장의 반응은 너무 과장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무선사업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갤럭시S4는 삼성전자 휴대폰 역사상 처음으로 1억대 이상 팔린 제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만으로는 이번 폭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김성인 연구원은 "고가 스마트폰 판매는 줄겠지만, 외국계 증권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7500만대까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두권 스마트폰 업체들이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아이폰5가 아이폰4보다 크게 좋아졌다고 느끼지 않는다. 갤럭시S4와 갤럭시S3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 나아가 저가와 고가 제품의 차이도 줄어드는 추세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정옥현 교수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저가·고가 제품의 성능 차이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중국 스마트폰이 더 좋아지면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고가에 제품을 팔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