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財 북리뷰] 리스크 판단력

존 코츠 지음ㅣ문수민 옮김ㅣ책읽는수요일ㅣ414쪽ㅣ1만5000원

파이낸셜타임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최고의 비즈니스북으로 선정한 저서 '리스크 판단력'엔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가 더 솔깃하다. 부제는"위험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에 시작된다"다.

저자는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파생 상품 전문 트레이더로 일하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경과학자가 된 인물이다. 자신의 전공이 트레이딩, 신경과학이다보니 신경과학 관점에서 트레이더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갖게된 듯 싶다. 그는 "왜 트레이더는 탐욕을 갖는가?"에 주목했다.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때면 항상 '탐욕이 문제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다. 어느 순간 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린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버블이 터진다. 그리고 그때서야 투자자들은 후회한다.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자성이 나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증시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그런데 과연 트레이더들이 그렇게 탐욕을 갖는가? 돈을 벌고 싶어 눈이 벌겋게 된 채 '대박'만을 외치는가?

저자는 경제 행위에 있어 '합리적 판단'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근거로는 동물의 '승자 효과'를 들었다.

승자 효과란 코끼리바다물범, 큰뿔야생양 수컷 등이 암컷을 놓고 싸울 때, 승리한 수컷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상승하고, 높아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음 싸움 때도 도움이 되는 현상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혈액의 산소 운반량, 근육량도 높여준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이 스포츠선수 뿐 아니라, 트레이더들에게서도 확인된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문제는 높아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동물 실험에서도 많은 동물이 계속된 승리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걸고, 천적이 덮칠 수 있는 장소를 겁 없이 돌아다니거나 너무 넓은 영토를 차지하려드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반대로 한번 실패를 보고 움츠러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나약해진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정부에서 공짜로 돈을 가져가 투자하라고 해도 모두들 머뭇거리는 것이 이런 모습이다. 부제에서 언급되는 늑대는 테스토스테론이 급상승할 때를 뜻하고, 개는 급감할 때를 뜻한다.

저자의 실험에 참여한 한 트레이더는 연간 평균 수익의 갑절에 이르는 수익을 5일 연속 내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80%나 상승했다. 저자는 "그 트레이더의 경우 너무 공격적으로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조만간 비이성적 과열에 빠져 큰 실수를 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어 "회사는 항상 성과가 가장 좋은 직원때문에 망해왔다"며 "걸어다니는 시한폭탄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단기적이고 간헐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뇌와 몸을 강인하게 하고, 친지나 가족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것, 보너스 제도 개선, 완전한 휴식 시간 보장 등을 꼽았다.

이 책은 다만 외국인 신경과학자의 글인데다 번역을 거친 탓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 너무 전문적이고 저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한 탓에 중반부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쉬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 역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다소 아쉽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