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남 창원 지엠비코리아 공장. 자동차 변속기에 들어가는 부품인 밸브 스풀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400여대의 기계를 감싼 형태로 빼곡히 늘어서 있는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에는 정원도 보였다. 공장 내에 수목을 가져다 놓은 곳은 여럿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조적으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제품 생산은 모두 완전 자동화된 기계가 한다. 최준현 기획팀 차장은 "워낙 정밀한 부품이다 보니 먼지가 0.2mg만 쌓여도 불량으로 취급받는다"면서 "청정도를 남다르게 유지하기 위해 수목을 이렇게 잔뜩 가져다 놨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지엠비코리아 공장에서 작업자가 밸브 스풀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 머물지 않으려면 과감한 투자 필요"

지엠비코리아는 하루 100만개의 밸브 스풀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2억5000만개를 생산하며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밸브 스풀은 자동차 변속기에서 유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준다. 공장을 둘러보니 400여대의 기계가 길이 2mm짜리부터 15cm짜리까지 모양과 크기가 다른 수백종의 밸브 스풀을 쉴 새 없이 찍어내고 있었다. 변속기 하나에는 다양한 모양의 밸브 스풀이 수십개씩 들어간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에 들어가는 후륜 8단 변속기에는 31개의 밸브 스풀이 들어간다. 변속기 단수가 높아지면 밸브 스풀도 더 많이 필요하다.

손가락만한 스풀 밸브 하나를 만드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극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스풀 밸브는 철이나 알루미늄 봉을 잘라서 필요한 모양으로 깎는 방법으로 만든다. 특히 알루미늄은 가볍고 강하지만 무른 소재이기 때문에 휘거나 긁히기 쉽다. 잘라낼 때 쓰는 힘과 공구의 각도,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하는 방법 등이 수십년 동안 스풀 밸브를 만들며 갖게 된 이 회사만의 노하우다. 최 차장은 "알루미늄을 깎을 때 나오는 찌꺼기를 처리하는 방법까지도 품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하우로 만든 스풀 밸브는 최근 세계 최고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납품되고 있다. 처음에는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했다. 이후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로 범위를 넓혔고, 최근에는 해외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엠비코리아는 지난해 말 GM의 파워트레인 전담 자회사인 GMPT와 스풀 밸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꼽히는 GM의 부품 공급사가 됐다는 것은 품질의 보증수표다. 다른 대형 완성차 업체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변종문 지엠비코리아 대표는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울 때도 대당 10억원이 넘는 시험 검사 장비 등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면서 "국내에 머물려면 사지 않아도 되는 장비였지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업체들은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하기 생각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뚫으려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자동차 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밸브 스풀




"친환경 차 부품이 블루오션"

지엠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4243억원. 2009년 2490억원에서 3년 만에 70%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모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이 개발되며 기존 유압식이 많이 쓰이던 워터펌프도 전동식이 필요해졌다. 지엠비코리아의 전동식 워터펌프는 2010년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기 시작해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전기차 레이로 적용이 확대됐다.

해외에서도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지엠비코리아는 지난달 크라이슬러와 전동식 워터펌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규모는 5만개. 앞으로 40만개 규모를 추가로 수주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변 대표는 "전동식 워터펌프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잘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면서 "혼다와도 워터펌프 공급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지엠비코리아는 오일펌프 등의 분야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에 납품하면서 3년 동안 불량이 발생하지 않아 품질을 인정받았고, 2년 후에 러시아에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수출 비중을 높이고 애프터마켓(수리용 부품) 시장에서도 판매를 늘려 2016년에는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변 대표는 "내수보다는 수출이 이익이 많이 난다"면서 "현재 25개국인 판매 대상국을 50개국으로 높이고 거래처도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