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3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이거나, 구글 서비스 중독자이거나, 개발자이거나.

최근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넥서스4'를 사용하려면 앞의 3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은 해당되는 편이 낫다. 지난해 11월 넥서스4 미국 발매 때 기기를 구입해 현재까지 약 반년 동안 쓰면서 내린 결론이다.

넥서스4는 구글과 LG전자가 함께 만든 '안드로이드 기준 스마트폰(레퍼런스폰)'이다. 구글이 공개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최신 버전을 누구보다 빨리 쓸 수 있다. 지메일·구글 캘린더·구글 지도 등 구글 서비스와 궁합도 가장 잘 맞는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성능도 뛰어나다. 쿼드코어 프로세서(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가 4개 달렸다는 뜻)에 주기억장치(RAM)도 2기가바이트(GB)가 달렸다. 화면은 LG디스플레이의 최고 기술이 들어간 고해상도(HD) LCD를 채택했다. 색깔의 정확한 표현만은 삼성전자 '갤럭시S4', LG전자 '옵티머스G 프로' 같은 최신 제품을 앞설 정도다. 다양한 주파수를 지원해 전 세계에서 로밍폰으로 쓸 수도 있다. 가격도 싸다. 구글의 온라인 장터 '구글 플레이'에서 내부 저장 용량 8GB 제품은 39만9000원, 16GB 제품은 45만9000원에 살 수 있다. 의무 사용 기간이나 특정 요금제 등 복잡한 계약서를 쓸 필요도 없다. 전화기를 사서 기존에 쓰던 심카드를 꽂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넥서스4를 평범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세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LTE(4세대 이동통신)를 쓸 수 없다. 물론 넥서스4는 3G 스마트폰 중에서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편이다. 고속 3G 기술(HSPA+)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LTE에 비하면 절반 이하 속도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LTE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사용자가 아니라면, LTE 서비스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한 현 시점에서 3G 스마트폰을 사기는 꺼려질 수 있다.

둘째, 넥서스4에는 구글 서비스 이외의 기본 탑재 앱(응용프로그램)이 없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이 제공하는 앱 장터도 없어서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T맵'도 없고, 멜론(Melon)·지니(Genie) 같은 음악 서비스도 따로 가입해 써야 한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국내 사용자 맞춤형 앱도 없어서 모두 다 별도 앱을 구해서 써야 한다. 심지어 국내 서비스 앱 중에는 아직 넥서스4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많다. 구글 서비스 열성 사용자라면 이런 것이 필요 없고, 개발자라면 문제 해결 과정을 즐길 수 있겠지만 일반인에겐 부담스럽다.

마지막 걸림돌은 일부 구글 서비스를 국내에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넥서스4의 최대 장점인 '싼 가격'을 극대화하려면 8GB 제품을 사야하지만, 이 경우 스마트폰에 음악이나 동영상 파일을 담아 다니기 번거롭다. 구글은 음악을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두고 통신망으로 전달해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 '구글 플레이 뮤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서비스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12개국에만 출시됐다. 국내 출시는 아직이다. 구글 코리아는 "국가별 출시 여부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출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