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아직 대중에게 ‘비싼 존재’다. 건축가 이야기를 꺼내면 돈 많은 사람들의 저택 지어주는 사람 아니냐는 반문(反問)이 돌아오기 일쑤다. 건축가 책임이 크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형이상학적 단어로 치장된 건축계는 건물이 자리 잡는 땅보단 하늘에 가까웠다.

여기 ‘동네 건축가’란 별명이 붙은 건축가가 있다. 사실 아이러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 어디나 동네라면, 건축가는 모두 동네 건축가여야 한다. 동네 건축가라는 별명이 따로 붙을 만큼 많은 건축가는 동네에서 멀어져 있었다.

비석골공원 화장실 전경.

‘동네 건축가’ 김창균(43) 유타건축 소장은 소탈해 보였다. 그는 다른 건축가들이 ‘돈이 안 되기에’ 거들떠보지 않는 동네 가압장이나 공공화장실 설계를 많이 했다. 김 소장은 “다수의 건축가가 신경쓰지 않던 건물을 좀 더 고민해서 작업하다보니 ‘동네 건축가’·‘재활용 건축가’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막 준공한 경기 파주의 ‘사이마당 집’을 둘러보러 간다는 김 소장과 동행했다. 그는 ‘주민’·‘아이들’·‘가족’·‘이야기’·‘동네’란 단어를 자주 썼다.

보성주택 전경.

Q: "공공화장실에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한가?"
A: "우리는 매일 예술의 전당에 가진 않는다. 그러나 화장실은 매일 간다. 늘 걷고 보는 곳곳을 신경 써서 짓고 만들고 싶다."

김 소장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다. 30~40대 건축가의 등용문 격인 이 상을 받고 난 뒤부터 김 소장은 건축계에 이름을 알렸다.

주변과 동네를 중요시하는 김 소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빠듯한 예산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을 빼서 경기도 외곽으로 빠지거나, 아예 땅값이 싼 지방에 주택을 짓고 싶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전경.

“나를 포함한 건축가가 대중에게 얼마나 먼 존재인지 매번 실감한다. 나를 찾는 건축주들은 대부분 ‘이 돈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최소 설계비 기준은 가지고 있지만, 건축주의 가족 스토리와 건축주의 형편에 따라 최대한 함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김 소장의 집 디자인은 개방적이며 주변친화적이다. 그가 대표작으로 손꼽는 전남 보성의 ‘보성주택’은 주변과 어울리게 차분히 가라앉는 어두운 색감의 전벽돌을 사용했다. ‘새집’같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마을 주민들이 누구나 쉽게 찾고 들를 수 있도록 담장 높이를 최대한 낮췄고, 마을 집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툇마루를 가진 1층 경사지붕으로 지었다.

“바깥에서 보기에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싶지 않다. 도심이든 전원이든 동네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풍경과 창을 통해서 보이는 근경과 원경을 잘 이용하면 따로 고비용의 인테리어도 필요 없다. 꼼꼼히 건축주 가족의 스토리와 내력을 취재해 이를 설계에 적용해야 한다. 건축주의 삶이 올올히 녹아있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다.”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김창균 소장 作

김 소장은 최근 ‘사이마당 집’외에 강원도 철원에서 ‘평상 집’을 완공했다. 사이마당 집과 같이 저예산에 40평 이하의 소규모 단독주택이다. 설계비 포함 건축비가 약 1억2000만원 들었다. 평상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주방과 외부의 나무 난간으로 긴 평상이 이어져 있는 것. 외부로 통하는 전면 창을 열면 거대한 평상을 주방에서부터 나무 난간까지 통째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건축주에게 집에 누가 가장 많이 찾아올 것 같으냐고 물었다. 지역 토박이인 아내의 친구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네의 젊은 엄마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과 마당을 연결하는 나무 난간까지 통하는 평상을 설치해 외부환경과 집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뛰놀고, 수다 소리로 왁자지껄한 정감 넘치는 집을 만들고 싶다.”

김창균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