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시아 증시는 일본이 7% 넘게 폭락하는 등 크게 하락했다. 중국 제조업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를 차츰 줄일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극대화했다.

닛케이 평균은 전날보다 7.3% 내린 1만4483.98에서 마감했다. 동(東)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토픽스지수도 6.9% 내려앉았다. 오전만 해도 엔화 약세에 힘입어 2% 수준까지 오르던 일본 증시는 중국 제조업 지표를 계기로 반락한 뒤 브레이크 없이 떨어졌다.

HSBC는 5월 중국 제조업 PMI가 49.6으로,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점인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50.4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날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1년여 만에 1%를 찍은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최근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전날 일본은행은 이를 억제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국채 금리가 1%까지 오르면서 이날 일본은행은 2조엔 규모의 자금공급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장기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데 대응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단기자금을 고정금리로 지원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야마시타 도모미 신킨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오늘은 금리 상승이 이야기를 주도했다"며 "변동성이 클 때 투자자들은 재빨리 위험에서 멀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화권 증시도 내렸다. 제조업 PMI로 2분기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신규 수출주문 뿐 아니라 내수주문도 부진해 전망을 더욱 나쁘게 했다.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1% 하락한 2275.67에서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성지수는 장 후반 2.46% 내린 2만2689.92에서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 금융주들이 타격을 받았다. 홍콩에 상장된 HSBC는 2.8% 내렸고, 중국건설은행도 2.1% 하락했다. 중국이 추가 부동산 규제를 내놓은 것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92% 하락한 8237.83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