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행사장에서 '차이나 쇼크'를 경험했다. 수백 개 전시 부스 가운데 하 사장이 30분 이상 머문 단 하나의 부스가 있다. 바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華爲) 부스였다. 그는 "부품·디자인·배터리 모든 것이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하드웨어적인 기술력은 거의 다 따라왔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부상은 한국 업체들에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2012년 1분기에는 판매량 기준 세계 7위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4위로 뛰어올랐다. 사진은 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가한 화웨이 부스 전경.

비상식적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성장세

올해 1분기 판매량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0위 업체 가운데 4개가 중국 업체다. 화웨이·ZTE·레노버·쿨패드가 주역이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불과 1년 전인 2012년 1분기에는 판매량 기준 세계 7위(점유율 3.4%)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4위(점유율 4.7%)로 뛰어올랐다. 3위인 LG전자(점유율 4.8%)와 차이는 불과 0.1%포인트.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성장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1분기 세계 6위를 기록한 레노버는 1년 전인 2012년 1분기까진 아예 스마트폰 판매 순위 통계에 잡히지조차 않았다. 생산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2분기 갑자기 10위(점유율 3.2%)를 차지하더니 올 1분기에는 6위(3.9%)까지 치고 올라왔다. 1분기 세계 시장 8위(점유율 3.5%)를 기록한 쿨패드도 작년 3분기까진 통계 밖에 있던 군소업체였다.

비상식적이기까지 한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세계 최대이면서 해마다 2배씩 성장하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억7800만대. 세계 판매량 7억여대의 약 25%가 중국에서 팔렸다. 올해 예상 판매량은 3억대 수준이다.

"2년 내 삼성전자 제치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IT분야 사업을 전개해 왔던 업체들도 화력(火力)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HP에 이어 세계 2위 PC업체인 레노버가 대표적이다. 작년 스마트폰을 2500만대 판매한 레노버는 최근 "올해 스마트폰을 6000만대 판매하겠다"며, 스마트폰 사업 확대를 천명했다.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회장은 "2년 안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1위 스마트폰 기업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은 그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다. 작년 1분기 21.3%에서 4분기엔 15.4%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레노버는 7.0%에서 13.1%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밀리는 이유는 가격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격은 392달러(작년 4분기 기준)다. 반면 레노버의 평균 판매가는 152달러다. 쿨패드는 120달러에 불과하다. 가장 고급 제품을 만든다는 화웨이가 167달러다.

거대 시장을 등에 업고 싼 가격이란 무기를 휘두르는 중국 업체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에도 두려운 경쟁자다.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에서 밀리면 세계 1위 자리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품업체들엔 중국 특수

스마트폰 완성품업체와 달리 부품업체들에는 중국이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협력관계 속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모바일용 반도체(MCP)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2%에서 작년 15%로 늘었고 올해는 20% 선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카메라폰 모듈 업체인 엠씨넥스도 최근 중국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엠씨넥스는 ZTE가 만드는 최고급 스마트폰인 '그랜드S'에 들어가는 1300만 화소 카메라 모듈 공급을 공급한다. 엠씨넥스는 올해 중국 매출이 작년보다 20% 정도 늘어 약 1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