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사업으로 낙후된 수도권 일대 도심에 대학생 전용 주거타운이 생기고, 공원과 체육·문화시설 등이 곳곳에 확충된다. 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들의 주거 수준이 나아지고, 기존 주민들도 도심 재생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양천구 목동·송파구 잠실동 등 수도권 도심 7곳을 시범사업지로 발표했다.

지역에 따라 적게는 200가구(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많게는 2800가구(서울 양천구 목동)까지 1만 가구가 들어선다. 모두 전용 60㎡ 이하 소형 임대주택이다.

기존 택지지구나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단순히 임대주택을 짓는 것과 달리 행복주택 사업은 각종 편의시설을 배치해 낙후된 도심 기능을 되살리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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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범지구 7곳에서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개발 계획을 내놨다. 우선 서울 서대문구 가좌지구의 경우 대학생을 위한 전용 주거공간으로 조성한다. 반경 5㎞ 이내에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홍익대 등이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200가구 규모의 공릉지구도 과학기술대 등 인근에 4개 대학이 있는 점을 감안해 대학생 재능 기부 공간과 소규모 공연장도 설치한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는 취업에 관심이 높은 지역 장년층이 많다는 사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취업 지원센터를 두고 사회적 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노원구 공릉지구는 주거 밀집 지역이지만 공원이나 문화 시설 등이 없다는 점 때문에 녹지를 다수 확보하고 소규모 공연장도 설치하기로 했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전국 1위인 경기도 안산시 고잔지구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교류센터를 마련한다.

서울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주거 밀집 지역인 양천구 목동지구나 송파구 잠실·송파지구는 기존 주민들의 주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시설을 배치한다. 세 곳 모두 홍수 때 빗물을 임시 보관하는 유수지에 행복주택을 짓는다. 목동지구는 현재 곳곳에 들어서 있는 주차장이나 체육시설을 정비해 친수 공간을 만들고, 문화·예술 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종합운동장이 인근에 있는 잠실 지구에는 체육공원, 가락시장 인근의 송파지구에는 벼룩시장 등 오픈 마켓과 복합 문화센터,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행복주택을 중심으로 사실상 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는 셈이라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구로구 오류동 인근에서 오피스텔을 분양 중인 한 시행사 관계자는 "예전엔 임대주택 단지가 기피시설이었지만 이 사업엔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와 기존 주민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주택은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이 주요 타깃 계층이다. 공급량의 60%가량을 신혼부부나 대학생, 갓 취업한 젊은 직장인에게 우선 공급한다. 나머지 20%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 주거 취약 계층 몫이다. 수도권 행복주택에 입주하려는 지방 출신 대학생에게 가점을 주거나, 신혼부부도 소득 등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물량 20%는 청약 저축 통장을 가진 일반인에게 소득 등에 따라 배정한다.

임대료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주변 시세의 50~80% 안팎이란 방침만 정한 상태다. 이럴 경우, 지역에 따라 임대료가 월 20만~60만원 선(전용면적 40㎡ 기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임대료를 입주자 소득 수준이나 직업 등에 따라 차이를 둘 예정이며, 연구 용역을 거쳐 기준을 올해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10월쯤에는 지방 광역시 등을 포함한 2차 행복주택 지역을 지정한다.

다만 저렴한 임대주택이 대거 쏟아지면서 소형 임대주택 공급이 많았던 서울 강남권 임대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철도 부지 인근이어서 소음·진동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유수지 부지의 악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20만 가구에 달하는 행복주택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1곳당 1000가구만 잡아도 사업지 200여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철도 부지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국·공유지 등 땅값이 저렴한 토지를 활용해 공급하는 임대주택. 철도 선로 위에 인공대지(덱·Deck)를 씌우고 그 위에 주택 등을 짓는 게 핵심이다. 상업시설이나 공원 등 주민 편의시설도 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