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영 현대차 부회장(60)이 8년째 상용사업담당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룹 내 전문경영자 중 최장수 재직기간을 자랑한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경질 위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살아났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코린도와 빚고 있는 갈등이 최 부회장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최 부회장이 수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해외 협력사에게 허위 매매를 강요하는가 하면 불량부품을 공급해 현대차 덤프트럭의 반품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최 부회장이 협력업체 임원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난 음해공작의 피해자다. 승 회장이 돈을 노리고 현대차와 나를 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6일 최 부회장과 전화 인터뷰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코린도는 '현대차가 갑의 지위를 악용해 해외 협력업체에게 차량을 떠넘기고 실매매인양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했다'고 주장한다.
"코린도는 지난 2006년 현대차와 계약을 맺고 5년 동안 마이티 트럭 2만5000대를 가져간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코린도가 인수한 트럭은 7500대에 불과하다. 코린도가 신용장(L/C)을 열지 않으니 물량을 추가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당수 재고가 전주공장 창고에 쌓여있는 형편이다."

- 인도네시아 운전자들이 자카르타 소재 신차 야적장에 현대차 덤프트럭을 갖다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린도가 신용불량자에게 차를 팔았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 무지하다보니 고객 신용도를 따져보지 않고 무턱대고 팔아댄 것이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경기가 불황에 빠지자 차량 소유주가 할부금을 내지 못하고 반품한 것이다. 코린도가 실시한 바이백프로그램도 반품 사태를 일으키는데 한몫했다. 바이백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일정기간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차를 반납할 수 있게 한 판매촉진책이다. 코린도가 실수를 저질러 손실을 입었는데 현대차에게 보상하라고 한다."

- 재계약 조건으로 코린도의 자동차사업 담당 사장과 임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나.
"이 모 코린도 자동차사업 담당 사장은 자동차 산업에 대해 무지했다. 협력업체에게 자동차 산업 전문가를 모셔오라고 권유한 것뿐이다. 게다가 이 사장은 현대차 동남아시아 사업 담당자와 번번이 충돌했다. 인도네시아 현대차 사업 담당자의 직급은 부장이다. 담당자가 업무협의차 이 사장에게 전화하면 '일개 부장급이 전화한다'고 불쾌하다며 만나길 거부했다. 승은호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승 회장은 나보다 정 회장과 만나려 한다."

- 코린도와 빚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승 회장이 바라는 것은 돈이다. 코린도는 지금 현대차에게 손해배상 2000억원을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이 업체는 합작사업에 500만달러도 투자하지 않았다. 승 회장은 지금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면서 정치권과 언론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 승 회장과 연세대 동문인 김 모 국회의원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 사안을 거론하며 현대차와 나를 집요하게 추궁한다.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까지 내게 전화해 문제 해결을 종용한 적도 있다."

- 승 회장과 만나 앙금을 풀고 타협할 뜻은 없나.
"6~7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결정이 나온다. 결정에 따르겠다. 물어주라고 하면 물어주겠다. 그 전에 현대차가 코린도와 합의해 돈을 줄 뜻은 없다. 또 누구처럼 언론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