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갑 중의 갑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과 합작사업을 벌였지만 현대차 같은 회사는 처음 본다.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뒤에서 힘없는 협력사를 우롱한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하고 있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71)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현대차와 코린도는 2006년 첫 인연을 맺었다. 한 때 최고의 사업 파트너였지만 지금은 앙숙이 됐다. 양 측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20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고 있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현대차를 가리켜 ‘갑(甲) 중의 갑’이라고 했다. 그는 “재판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국민들이 현대차의 횡포를 알고, 현대차가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는 코린도의 바이백프로그램 때문에 차량 반납 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코린도는 일반 고객에게 바이백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이 없다. 금융회사에게만 바이백 조건을 줬다. 상용차 판매사업에서 할부금융은 필수다. 미국·중국·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차가 없었다. 중고차 시세도 형성되지 않았다. 이 탓에 현지 금융회사가 할부금융을 시행하지 않으려 했다. (코린도는) 어쩔 수 없이 바이백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했다."

- 일본 업체가 고객을 가려서 판매하는 것과 달리 코린도는 영세업자에게도 차량을 파는 바람에 반품 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던데.
"사실이 아니다. 현지 상용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은 95%가 넘는다. 고객을 가려서 영업하면 나올 수 없는 점유율이다. 나머지 5%도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트럭이 대부분인데 영세업자는 벤츠나 볼보만 탄다는 것인가. 도요타, 미쓰비시, 히노 등 일본 트럭은 짐을 가득 싣고 인도네시아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현대차 트럭만 코린도 야적장에 버려져 있다."

- 현대차는 코린도가 임의로 적재함 부피를 늘려 과적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코린도는 적재함 없는 섀시(차대) 모양의 자동차만 팔았다. 이는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 관행이다."

- 최한영 현대차 부회장이 코린도의 사장과 임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나.
"요구가 아니라 협박이었다. 재계약 조건으로 사장과 전무를 자르라고 했다.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하더라. 사장은 다른 부서로 보냈고 해당 임원은 해임했다. 최 부회장은 자동차 전문가를 데려오라고 했다. 헤드헌팅 업체에 의뢰해 후보 3명을 추천받았다. 고민 끝에 현대차 퇴직 임원인 장 모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러자 '자기 회사 임원을 빼냈다고'고 트집 잡았다. 결국 장 부사장도 물러났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2011년 여름 일방적으로 계약종료를 선언했다. 사후서비스(A/S) 부품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 허위 수출 물량은 어떻게 처리됐나.
"(코린도의) 장부에는 악성재고로 쌓여 있었다. 회계사는 악성재고 탓에 코린도의 신용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현대차에 구매승인을 취소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현대차는 번번히 미뤘다. 수출용 차량은 나라별로 요구사양이 다르다보니 인도네시아 패키지를 원하는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2~3년에 걸쳐 베트남과 이란 등으로 조금씩 넘겼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