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리건 보건과학대의 미탈리포프 교수(왼쪽)와 강은주 박사.

과학계가 포기했던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되살린 주역은 변방의 과학자였다.

이번 연구의 주역인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산부인과 슈크라트 미탈리포프(Mitalipov) 교수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의학유전학연구센터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박사후연구원으로 유타주립대에 온 이후 미국에 정착했다. 1998년 오리건 보건과학대로 옮겼다.

과학계에서 미탈리포프 교수는 '복제 권위자'로 꼽힌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원숭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원숭이 6마리의 유전자가 섞인 이른바 '키메라(chimera)' 원숭이를 '셀(Cell)'지에 역시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의 텡그리 뉴스(Tengri News)는 미탈리포프 교수를 '카자흐스탄이 낳은 10대 인물'로 꼽았다.

변방 출신 과학자여서 그런지 미탈리포프 연구실 연구원들의 국적은 가히 글로벌이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는 일본 도호쿠대 출신의 마사히토 다치바나 박사다. 경상대 수의대 출신인 강은주 박사와 순천대 출신의 이효상 박사도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이번 연구에 참여해 공동 저자가 됐다. 강 박사는 줄기세포를, 이 박사는 배아복제를 각각 맡았다. 이효상 박사는 지난해 말 귀국해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있다. 이 박사는 "미탈리포프 교수는 오리건 국립영장류센터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복제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했다"며 "결국 원숭이를 통해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최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귀국할 때 미탈리포프 교수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말하며 '복제 연구를 했다고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