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 영화 '솔트'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안젤리나 졸리.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37)가 최근 멀쩡한 양쪽 가슴을 완전히 절제했다가 복원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해 화제다.

그녀의 용감한 선택에 전 세계가 놀랐지만 유방암 전문의들은 다른 환자들에게 권장하진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졸리는 14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내 의학적 선택'이란 기고문을 통해 "지난 27일 유방 절제술을 포함한 3개월의 치료 과정을 모두 마쳤다"며 "이로써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서 5%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졸리는 유방을 절제한 뒤 기존 형태를 다시 복원하는 수술까지 총 3차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소암이 발병할 위험도 50%여서 추후 예방 차원의 난소 절제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심형보 BR바람성형외과 원장은 "이전 유방 확대술의 보형물을 제거한 뒤 유두는 남긴 채 실제 유선 조직을 완전히 절제했을 것"이라며 "이후 물 주머니를 넣어 피부를 확장한 다음 새 보형물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졸리는 배우였던 어머니가 난소암에 걸려 2007년 5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족력을 토대로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유방암을 일으키는 브라카(BRCA1)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돼 수술을 결심한 것이다.

졸리의 수술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졸리의 소식이 보도된 이후, 기존 검사에서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가 전화해 '자신도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절제술을 받아야 하냐'고 물어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유방암 전문의들의 답은 '굳이 원하면 수술할 순 있지만 권하지 않는다'. 졸리의 선택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멀쩡한 위를 잘라낸 격으로, 의학적으로 무조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박해린 차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예방적 차원의 유방 완전 절제술은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적은 있지만 거의 드물다"며 "수술을 해도 유방암은 완전히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 등을 더 철저히 하는 게 이롭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방암의 발병 가능성을 낮춰주는 의약품도 있다.

유방암은 난소암·대장암과 함께 가족력이 강한 암이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다고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BRCA1·2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에 한해, 유방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80% 수준으로 예측된다.

박 교수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유전자 이상이 원인인 비율은 6~7% 수준이며 나머지는 여성호르몬이나 음식, 출산 기피, 술, 담배, 고지방식 등으로 생긴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나 자매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비용은 80만원 안팎이며 가족력이 있다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여성의 약 0.2%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비율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졸리의 선택이 바람직하진 않더라도 사회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졸리는 배우 브래드 피트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낳고, 세 아이를 입양해 전 세계에 입양 열풍을 불러온 전례가 있다.

노 교수는 "유전자 검사와 분석이 점차 활성화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졸리의 선택이 패션처럼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어느 쪽을 선택할 지 사회에 중요한 숙제를 남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도 "아직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유전자 확률만으로 절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