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이지송 전 사장(李之松·73)은 부부 싸움을 했다. 오래전부터 압구정동에 집 한 채를 갖고 있었는데, 전세를 준 뒤 잊고 있다가 당시 전세값이 급등하자 부인이 "몇천만원 올릴 수 있다고 하던데…"라고 전세값을 올리려 했기 때문. 이 사장은 "내가 집값 잡는 게 주업인 공기업 사장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느냐"며 부인을 꾸짖었다고 한다.

그는 늘 자기 일에 충실했던 월급쟁이이자, 공직자였다. '구원투수' 별명은 그래서 붙여졌다. 30년간 몸담은 현대건설을 떠나 경복대 토목설계과 교수로 있다가 다시 현대건설 사장으로 돌아온 건 2003년 3월. 워크아웃이던 회사에 3년간 재임하며 920원이던 주가를 5만7000원으로 62배 올려놓았다. 경복대 총장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2009년 8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그의 임무는 100조원이 넘는 채무를 줄이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라는 것. 부채 감축을 위해 방만한 지역개발 사업을 정리하려 하자 지역 주민들이 본사에서 천막 농성까지 벌였다. 그는 주민들과 천막에서 하루를 같이 보내며 설득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에게도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의원회관 목욕탕 앞까지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13일 LH 사장을 물러나면서 "그동안 입고 있던 LH 사장이라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자연인 이지송'으로 돌아간다"며 "너무 과분했고 때로는 버겁기도 했지만 50년 건설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옷이었다"고 말했다.

경동고·한양대 토목공학과를 마치고 1965년 건설부 한강유역합동조사단에서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수자원공사를 거쳐 현대건설·LH까지 50년 동안 건설업계에 몸을 담았다. 한양대 토목공학과에서 석사(1996년)와 박사(2003년) 학위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