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세대 이동통신(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에 사용할 주파수 할당 방식을 놓고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3사 모두 "회사의 미래가 달린 문제여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주파수는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쓰는 도로 같은 역할을 한다. 주파수 대역(帶域)이 넓을수록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도로 폭이 넓을수록 많은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주파수는 일종의 공공재다. 이동통신사는 주파수를 쓰는 대가로 국가에 사용료를 낸다. 과거엔 정부가 심사를 거쳐 주파수를 배정했지만, 2011년부터는 경매 방식으로 배분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데이터 이용량이 폭증하면서 현재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LTE용 주파수는 곧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1.8㎓와 2.6㎓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LTE 서비스용으로 추가 배분할 계획이다.

2.6㎓에서 40㎒ 대역폭의 2개 구간(A·B블록), 1.8㎓에서 35㎒(C블록), 15㎒(D블록) 대역폭의 2개 구간 등 총 4개 구간이 추가 할당 대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D블록이다. 이 구간은 1.8㎓에서 KT가 현재 사용 중인 주파수와 딱 붙어 있다. KT가 이 구간을 가져가면 왕복 1차로 도로를 왕복 2차로로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고, 최고 속도도 빨라진다.

1.8㎓ 대역의 가장 왼쪽이 C블록, 그다음이 D블록이다. D블록 바로 옆에 KT가 현재 사용하는 대역이 있다. 그 옆 대역은 SK텔레콤 소유다. 가장 오른쪽에 LG유플러스가 사용하는 대역이 있다. A·B 블록은 2.6㎓ 대역으로 1.8㎓ 대역과는 아주 멀찍이 떨어져 있다〈그래픽 참조〉.

사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선 D블록이 꼭 필요하지 않다. 현재 사용 중인 대역과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KT 입장에선 오른쪽 대역을 이미 SK텔레콤이 차지하고 있어 왼쪽에 있는 D블록을 빼앗기면 광대역화 작업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KT는 D블록을 잡기 위해 필사적이다. 경매에 들어가면 KT가 낙찰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 구간을 KT가 낙찰받는 건 사실상 특혜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에게 인접 주파수를 할당하면 KT는 소규모 투자만으로 전국 광(廣)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별도의 전국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KT가 인접 주파수를 할당받을 경우 기술 혁신 같은 노력 없이 7조원 이상의 이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LTE 분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KT가 인접 주파수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책을 보면서 시험을 치겠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인접 주파수를 KT가 가져가면 향후 LTE 서비스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KT가 인접 주파수를 확보해 앞서 나가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보조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KT 생각은 다르다. KT 관계자는 "우리는 경쟁사보다 구형 장비로 LTE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인접 대역 주파수를 확보해도 현재의 장비가 넓어진 대역폭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계장치 등을 교체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D블록을 우리가 가져가도 결국 3사가 전국에 광대역 LTE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시점은 비슷할 것"이란 설명이다.

KT는 3사 모두 1.8㎓에서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KT는 "전 세계 LTE 사업자의 37%가 1.8㎓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3사 모두 이 대역에서 광대역 통신망을 확보하면 세계 곳곳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쪽에선 논란의 중심에 있는 D블록을 올해 경매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KT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확보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KT에 대한 차별"이라며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업체에 할당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3사 모두 "주파수 할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국익과 소비자의 이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내세우는 해결 방안은 다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오는 8월까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동통신 3사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파수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뜻한다. 1초에 1000번 진동하면 1㎑, 100만번 진동하면 1㎒, 10억번 진동하면 1㎓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