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올해 두번째로 유해물질인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공장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모든 반도체 생산라인은 위험 물질 노출과 폭발 사고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삼성 화성공장을 대상으로 특별 감독을 실시해 지난 3월 발표한 결과에서는 방폭(防爆) 장치와 유독물질 정화 설비 등 가장 기본적인 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잇따라 원인 모를 이유로 숨지면서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산업 근로자 건강관리지침에서도 여러 위험 요인들이 발견됐다.

지난해 9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내놓은 반도체산업 근로자 건강관리 지침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근로자들이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은 151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0가지는 한꺼번에 다량 노출되거나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눈과 피부에 자극을 주는 것은 물론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반도체 웨이퍼 가공라인 전반에 사용되는 아세톤만 해도 노출될 경우 눈과 기도를 자극하고 심하면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킨다. 반도체 웨이퍼 가공라인에서 이온을 주입할 때 사용되는 비소는 발암성이 높은 ‘1급 위험물질’에 속한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시스템LSI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이들 물질은 주로 웨이퍼 제조와 회로설계, 웨이퍼 가공, 칩 조립 등 4개 주요 공정으로 이뤄진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가공과 칩 조립 과정에서 나온다.

부속 세척과 부품 교체, 세척용액 보충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불산과 황산, 암모니아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이은 누출 사고로 문제가 된 불산은 황산, 질산과 함께 웨이퍼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세척조를 유지 보수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남아있는 이들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불화수소나 황산같은 화학물질들은 장기간 노출되면 뼈가 약해지거나 후두암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유출된 염소도 웨이퍼 가공공정에서 회로를 만드는 식각과정 등에 사용된다. 염소는 눈과 점막, 호흡기 계통을 자극하는 물질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식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젠은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를 괴롭혀온 백혈병을 유발하는 물질로 꼽힌다.

벤젠은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시키는 ‘포토공정’에서 유기용제로 사용된다. 고농도의 유기용제에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받아 두통과 구역질, 현기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또 포토공정에 사용되는 글리콜에테르이란 화합물에 꾸준히 노출되면 자연유산, 임신지연 같은 생식기능이 떨어진다.

반도체에 이온을 주입하는 공정에서 아르신이란 물질을 사용하면 부산물로 비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폐암과 간암, 피부암을 유발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근로자들은 호흡용 보호구와 보호의, 보안경을 기본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정화장치가 달린 배기시설을 갖추고 있다.

치명적인 화학물질뿐 아니라 폭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화성 공장에 대한 특별 감독에서 가장 많은 위반건수를 차지한 부분은 방폭 기능을 갖춘 전기기구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였다.

웨이퍼에 박막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소와 칩조립 라인의 도금 공정에서 사용되는 메탄올은 폭발 가능성이 큰 물질이다. 도금공정과 회로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 웨이퍼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공정에서 사용되는 과산화수소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폭발할 위험성이 있다. 폭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를 사용하는 작업실에는 누출에 대비해 스파크가 생기지 않은 전기기구를 사용해야만 한다.

방사선에 피폭될 우려도 있다. 반도체 공장들은 불량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X선 형광분석기를 이용한다. 검사기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작업할 경우 강한 X선과 감마선 같은 전리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전리방사선은 인체 세포의 원자나 분자를 깨뜨릴 수 있어 치명적이다.

1월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던 삼성전자 화성 공장.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생산라인은 비교적 안전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서 위험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새로운 공정이나 제품을 연구하는 연구부서 종사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공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생산라인보다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반도체 공장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심지어는 근로자를 들여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