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산 내차,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중고차 시장 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중고 자동차들의 잔존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구매자의 선호도가 높고, 거래량이 가장 많은 3년차 중고차들은 브랜드·모델에 따라 잔가율(殘價率)이 천차만별이다. 3년 전 선택에 따라 차를 팔고 손에 쥐는 금액이 달라지는 셈이다.

◆ 2010년 중고차 중 가장 비싼 차는?

29일 조선비즈는 2010년 연간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상위 10개 모델을 뽑아 신차 가격과 현재 중고차 시세를 비교해봤다.

우선 2010년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현대자동차의 'YF쏘나타'로, 총 15만2023대가 판매됐다. 다음으로는 아반떼가 13만9816대가 판매돼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10만1570대가 팔린 기아자동차모닝이었다. 다음으로는 SM5·K5·SM3·마티즈·투싼ix·스포티지·포르테가 뒤를 이었다.

판매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신차 가격 대비 잔존가치를 가장 많이 인정받는 자동차는 기아차 경차인 모닝이었다. 중고차 거래 전문업체인 SK엔카에 따르면 2010년식 모닝(LX 고급형 블랙프리미엄)의 중고차 가격은 780만원으로, 신차 가격 1006만원과 비교하면 22.47% 밖에 깎이지 않았다. 3년 타는 동안 신차의 가치가 약 200여만원 정도만 내려간 것이다.

다음으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투싼ix가 현재 1920만원(디젤 2WD LX20 프리미어)에 거래돼, 신차 가격 2500만원 대비 23.2% 가량 깎이는 데 그쳤다.

3등은 기아차 중형 세단 K5로, 평균 1930만원에 팔렸다. 신차 가격 2595만원과 비교하면 2년간 감가율(신차가격 대비 중고차 가격이 내려간 정도) 25.63%를 기록했다.

한편 신차 가격 대비 중고차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차량으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 세단 SM5로 집계됐다. SM5(뉴임프레션 LE) 중고차 가격은 평균 1440만원으로 신차 가격 2430만원과 비교하면 40.74% 빠졌다. 3년 만에 가격이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기아차 모닝. 모닝 2010년식 모델은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중 가장 높은 잔가율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감가율이 높았던 차는 기아차 SUV 스포티지였다. 이 차의 중고차 가격은 평균 1510만원(뉴 스포티지 디젤 2WD TLX 최고급형)으로 나타났다. 신차 가격 2430만원과 비교하면 37.86% 가격이 내려갔다.

최현석 SK엔카 마케팅부문장은 “경차인 뉴모닝과 SUV인 투싼ix가 가장 낮은 감가율을 기록한 반면 중형차인 SM5가 최대 감가율을 기록했다”며 “일반적으로 감가율은 같은 차종이라도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 모델 선호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 자동차 업체들, 중고차 시장 ‘관리’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소비자가 차를 팔 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신차 구입시 잔존가치를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도 중고차 시장에서 자사 중고차가 홀대 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투싼ix. 2010년 가장 많이 팔린 차 중 모닝에 이어 잔가율 2위를 기록했다.

독일 고급차인 BMW·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BPS·스타클래스라는 이름의 ‘인증 중고차’ 전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포르쉐도 인증 중고차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사나 딜러의 검사를 거쳐 판매돼 품질아 보장되는 차량을 뜻한다.

주행거리 조작이나 허위매물 등 중고차 시장의 병폐 방지가 목적이지만,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중고차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는 1998년 SM5를 처음 출시한 직후 4~5개월 동안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차량을 사들이기도 했다. 팔린지 얼마 되지 않는 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바로 매물로 쏟아지면, 소비자들의 호감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엔저에도 불구하고 신차 가격을 섣불리 내리지 못하는 것도 중고차 잔존가치 관리를 위해서다. 특정 모델 가격을 인하하면 해당 모델의 중고차 가격이 곧바로 떨어지고, 이는 기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미국·유럽 브랜드들이 신차 가격을 낮추면서 중고차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적이 있다”며 “중고차 잔존가치가 낮아지면 신차 판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