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인 기자

최근 방한한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첫 방문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공장을 택했다.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를 인수했고 ‘구글 글래스’라는 스마트 안경까지 개발하고 있는 구글인지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OLED’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AMOLED는 스스로 빛을 내며 LCD보다 동영상 응답속도가 1000배 빠른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삼성은 세계 AMOLED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삼성의 히트상품인 갤럭시폰에도 AMOLED가 들어간다.

삼성은 AMOLED의 영어발음을 별칭으로 만들어 ‘아몰레드’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 소재로 한 노래까지 유행했었다.

삼성그룹 내 부품사업에 깊게 간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 역시 작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에서 삼성 OLED가 들어간 소니 제품을 유심히 살펴볼 정도로 관심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LCD 시절부터 디스플레이 분야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고, 삼성 OLED 사업을 키우는데도 일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실언을 했다. 그는 지난 26일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만난 후 “(그가) 유기EL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유기EL은 OLED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용어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한국에서 쓰지 않는 일본식 표기법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용어를 놓고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OLED)와 유기EL(Organic Electro Luminescence)로 다퉜다. 그러다 2003년 말 국제표준회의에서 OLED가 국제표준 용어로 확정됐고, 2004년 당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국내 표기 표준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라고 못박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OLED를 아직 유기EL이라고 부르고 있다.

장진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석학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에서 공부를 했고, 일본 기업 CEO와 자주 회동하면서 습관적으로 유기E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0년대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소니, 샤프 등 일본 기업 경영진과 친분이 두텁다. 하지만 그는 삼성을 대표해 글로벌 기업의 CEO와 만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인물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도 대중들의 지적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는 습관적으로 유기EL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앞으로는 ‘OLED’나 ‘아몰레드’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지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