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망막을 카메라 렌즈에 비유한다면, 카메라 화소(畵素)에 해당하는 게 눈의 망막에 1000억개가량이 있는 로돕신 단백질이다. 한·독(韓獨) 과학자들이 시각 신호 전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로돕신 단백질의 변환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과학계에선 망막 단백질 손상으로 시력이 상실되는 각종 질병을 치료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대 화학과 최희욱 교수, 독일 훔볼트대 김용주 연구원·마타 조머(Sommer) 교수 연구진은 로돕신 단백질이 빛 신호를 뇌로 전달하면서 모양이 바뀌었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을 밝혀냈다. 로돕신 단백질은 빛의 시각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 신경세포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메타로돕신II 단백질로 변신한다. 메타로돕신II 단백질은 임무가 끝나면 원래의 로돕신 단백질로 돌아온다. 결국 사람이 사물을 보고 인지하는 과정은 '로돕신→메타로돕신II→로돕신'의 주기가 반복되는 것이다. 통상 이 과정에 1억분의 1초가 걸린다. 카메라로 치면 셔터가 한 번 열렸다 닫히는 시간에 해당한다.

최 교수팀은 X선을 활용해 압정 모양의 단백질(어레스틴)이 메타로돕신II에 결합해 로돕신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파악했다. 최 교수는 "메타로돕신II 중앙에 홈이 파여 있는데 압정 모양의 단백질이 여기에 들어가 화학반응을 일으킨다"며 "X선으로 압정 모양 단백질의 모습을 0.3㎚(나노미터, 1㎚=10억분의 1m)의 해상도로 볼 수 있어서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로돕신 변환 과정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오구치병, 슈트가르트병 등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22일자 인터넷판에 발표됐다. 네이처는 별도 해설 기사도 게재했다. 전북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이번까지 모두 논문 6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