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경제는 저(低)성장에 빠진 것이 아니라 다중(多重) 속도 성장 시대를 겪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세계에서 한국 기업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새로운 도전 과제입니다. "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만난 액센츄어의 샌더 반트 노르덴더(Noordende) 경영컨설팅그룹 총괄 대표는 "세계경제에서 저성장이 정상이라는 '뉴노멀(New Normal)'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엑센츄어는 5대 글로벌 컨설팅 기업 중 하나다.

노르덴더 대표는 세계경제를 성장 속도에 따라 3개의 국가군으로 나눴다. 유럽은 제로(0) 성장에 가까운 저성장군, 미국과 한국은 2~3%대의 중(中)속도 성장군, 중국, 인도, 브라질 등 6~7개국은 고속 성장군이란 설명이다.

노르덴더 대표는 과거처럼 미국과 유럽 경제가 성장하면 전 세계가 동반 성장하는 '동반 성장의 법칙'은 이미 깨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액센츄어의 샌더 반트 노르덴더 경영컨설팅그룹 총괄 사장은 19일 인터뷰에서“세계경제 동반 성장의 법칙은 깨졌다”면서 각 국가의 성장 속도에 맞춘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중산층이 늘고 있는 콜롬비아, 말레이시아를 추천했다.

그는 "과거 미국과 유럽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들은 다 같이 투자를 늘렸고, 미국과 유럽이 하강하면 다 같이 비용을 줄이면서 호황이 오기를 기다렸다"며 "그러나 다중 속도 성장에서는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르덴더 대표는 '다중 성장 시대'의 전략으로 "글로벌화된 한국 기업은 정확하게 지역과 고객을 타깃팅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타깃팅의 정확도를 높이라는 건 다음과 같은 예로 설명했다. "보통 새로운 수요 시장으로 중국을 많이 얘기한다. 그렇지만 매력적인 중산층이 형성된 국가로 좁혀서 타깃팅하면 중국보다는 콜롬비아나 말레이시아가 기업들이 집중하기에 적절한 시장이다."

노르덴더 대표는 엔저(低)의 도전을 한국 경제의 위기 돌파 해법으로 '역동성의 부활'을 들었다. 그는 "엔저로 인해 한국으로선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게 됐다"며 "엔저의 도전을 이겨내려면 경제를 역동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르덴더 대표는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혁신을 진작하는 환경을 만들어 낮은 통화가치에만 의존하지 않는 경제 체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대통령이 내세우는 '창조경제'란 개념이 좋다"며 "창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국 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덴더 대표는 '역동성의 부활'을 위해 한국이 배워야 할 세 나라를 들었다. 우선 미국에선 "실리콘밸리가 구글, 페이스북 등 작은 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운 '기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에선 "기술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객과 다국적 기업을 혁신하게 한 중소기업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영국에선 은행, 보험 등 서비스업을 발전시킨 역동성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노르덴더 대표는 "경제를 더 역동적이게 만들려면 기업은 경쟁해야 하고, 사람은 경력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미 선례가 나와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다. 그런 게 바로 역동성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