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서울 도서관 관장(54).“도서관이 활발한 나라의 국민들은 다 부자”라고 주장했다.(사진_강지희 인턴기자)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이용훈 서울 도서관 관장(54)은 인도의 도서관 학자 랑가나단의 도서관에 관한 법칙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도서관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건물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책도 늘어난다. 시민들은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서재인 도서관을 찾는다. 질문이 계속 생기면 답을 찾기 위한 자료들이 모이고 답이 해결되면 또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도서관은 이렇게 미래를 향해 계속 성장한다.

- 영화관이나 박물관 등 구시청건물의 다른 활용 방안도 많았을 텐데 왜 도서관인가?
도서관은 기회 비용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공간이다. 똑같이 500억 원을 들여 운영한다면, 십만 명 보다 백만 명이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은가. 서울도서관은 입지도 좋다. 서울 한복판 인데다 교통도 편리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도서관 건립은 세금을 투자해 사회 비용을 줄이고 훨씬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다. 도서관이 활발한 나라의 국민들은 다 부자다. 돈이 없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고 책값을 계산해본 뒤 종이에 얼마 벌었다 써도 좋을 일이다.

-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가 많은데 시민들의 독서 환경이 나쁠 것 같다.
도서관이 시끄러우면 안되나? 활력 있고 좋다. 도서관은 지식의 시장이다. 시장이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KBS 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이스라엘 도서관을 보았는데, 굉장히 시끄럽더라. 책을 보고 토론하며 공부하기 때문이다. 서울도서관은 우리 사회가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
사실 시위보다 행사가 더 많다. 특히 서울 광장에서 많이 한다. 가끔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시민들도 있다. 행사하시는 분들이 도서관을 보고 '어 조용해야겠네'라고 생각해줘도 좋겠다. 개관 이후 조금 힘든 점도 있지만 훈련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 벽면 서가에서 책을 골라 보기가 어렵다는 시민들의 불만도 많다던데.
벽면 서가, 일단은 멋있지 않은가. 서가 위쪽은 전시용 도서들이다. 벽면 서가는 독서를 위한 배경으로서 기능한다. 수많은 책들이 쫙 꽂혀있을 때 주는 아우라가 있다. 책과 독서 공간이 주는 분위기다. 가끔 아이들이 벽면 서가 위쪽의 책은 어떻게 꺼내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로봇 가제트 사서가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내가 가제트 같으면 확 뽑아서 줄텐데. 언젠가 꼭 가제트 사서가 서울도서관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 2층에는 '북카페'가 있지만 음료수는 팔지 않던데.
처음 계획은 '책사이' 라는 북 카페를 내는 것이었으나 변경됐다. 커피도 내려서 팔면 좋긴 하겠는데, 디지털 자료실과 회원증 발급 공간도 필요하고, 또 지하로 내려가면 시민청에 카페가 있으니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간단히 쉬면서 시급한 용무만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최소화 했다.

- 평일인데 50, 60대 남성 이용객이 비교적 많아 보인다.
직장에서 은퇴 하신 분들이 많이 오신다. 노령화 사회가 되는데 갈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도서관은 노령화 사회에서 시민을 수용하는 기능도 한다. 과거에는 도서관에 어린이 중심의 도서가 많았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 분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도 함께 늘어났다. 서울도서관은 자료실마다 노인 분들을 위한 확대기도 비치 했다.

-아직 빈 서가가 많아 보인다. 도서는 어떤 방식으로 구입하나?
빈 곳을 다 채우면 다음에 채울 수 없다. 계속 책이 들어오기 때문에 벽면 서가 슬라이드는 우선적으로 비워두었다. 선정 도서 목록은 자료 선정 위원회에서 정한다. 외부 전문가로부터 자문도 받는다. 신간 도서는 수시로 들어온다. 1, 2층에는 출간된 지 2년에서 3년 이내의 신간 도서 7만 권이 있다. 나머지 13만 권은 예전에 서울자료실에 있던 책들이다.

- 앞으로 서울도서관이 서울의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는가?
서울의 랜드마크. 대학교 안에서 약속을 정할 때 "중도(중앙 도서관)앞에서 봐" 라고 한 적이 많다. 시민들도 "어디서 만나?" "서울도서관에서!" 이렇게 약속했으면 좋겠다. 서울도서관이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으면 한다.

이용훈(54) 서울도서관 초대 관장은 덥수룩한 수염과 동그란 뿔테 안경을 낀 모습이 마치 동화책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1982년부터 대학교 및 연구소 사서로 일하고 이후 15년 간 사단법인 한국 도서관 협회에서 기획과 정책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5월 15일부터 서울시 대표 도서관 건립 추진반 반장으로 서울 도서관 건립을 준비했다. 이후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관장 업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