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 매립지에 세워진 '생활 폐기물 고체연료화 시설'은 버리는 생활 쓰레기에서 연료를 만드는 첨단 설비다. 쓰레기 가운데 불에 타는 폐기물을 골라내 압축한 뒤 '고체형 연료(RDF)'를 만든다.

매일 이곳으로 들어오는 생활 쓰레기 1500t 가운데 200t을 처리해 RDF를 생산한다. RDF는 발열량이 국내산 무연탄과 비슷한 수준이다. 화력발전소와 제지공장 등에서 연료로 사용한다. 인천시는 올해 안에 1200t을 추가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 북서부의 전원도시 티스테드시(市)는 버려진 밀짚과 가축 배설물을 태워 난방에 사용한다. 밀짚과 가축 배설물은 태우면 열이 나지만 이산화탄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티스테드시는 필요한 전기의 20%를 생활 쓰레기와 산업폐기물에서 나온 재활용 에너지에서 얻는다.

최근 2~3년 사이에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인 '폐기물 에너지화'가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보급에 속도가 붙었다.

홍콩 타쿠링 지역에 들어선‘생활 폐기물 고체 연료화 시설’.

버리는 쓰레기에서 에너지 생산

각국이 폐기물로 만든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폐기물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린다.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줄면서 지자체들은 공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국토 면적이 좁은 한국은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 해 국내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가운데 83.6%는 재활용되지만, 나머지 16.4%는 땅에 묻히거나 소각된다.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 토지를 매입하기 어려운 지자체들은 자연스럽게 폐기물 에너지화에 눈길을 돌렸다.

국내는 인천과 경기, 부산, 광주, 대구, 세종시 등 전국 약 20곳에 생활 폐기물 RDF 시설이 설치됐거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는 올 들어 RDF 제조시설 설치에 나섰다. 올 초 대성그룹 계열사인 대성에너지대성홀딩스, GS건설이 참여한 민간 컨소시엄과 사업 협약을 맺었다. 총사업비 1796억원을 투자, 2015년부터 RDF를 하루 760t 생산하게 된다.

대구시는 생활 쓰레기로 RDF를 본격 생산하면 쓰레기 매립장 사용 기간이 5.8년 늘고, 원유 약 250억원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은 "RDF를 인근 염색공단과 죽곡지구에 값싸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포스코와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쓰레기를 하루 평균 900여t 이용해 RDF 500t을 만들 계획이다. RDF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연간 4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재활용 에너지로 달리는 지하철

유럽에선 쓰레기와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기술 개발에 일찌감치 나섰다. RDF와 함께 음식 쓰레기와 하수 찌꺼기(슬러지)를 이용한 바이오 가스 생산이 활발하다.

'탄소 배출 제로' 도시로 소문난 스웨덴의 함마르뷔 세스타드에선 도심 지하철과 전차에 공급되는 전기 100%를 재활용 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도시 곳곳의 주유소에서는 음식 쓰레기로 만든 바이오 가스를 차량에 넣는 모습이 흔히 눈에 띈다.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덴에서 발생한 폐기물 중 매립된 것은 1%에 불과했다.

독일은 음식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이 썩을 때 나오는 가스를 이용해 연료를 생산하는 '바이오 가스 플랜트'가 1980년대에는 75개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선 2000개에 이를 정도로 큰 폭으로 늘었다.

폐기물 에너지 설비 시장 年 5%씩 성장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이용해 얻은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공급량의 10%를 차지한다. 국제해양투기금지협약인 런던협약에 따라 폐기물 해양 투기가 금지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BCC리서치는 폐기물 에너지화 설비 시장은 한 해 24조원 규모로, 해마다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폐기물 에너지는 비용 대비 생산성이 풍력의 3배, 태양광의 11배로 전망도 매우 밝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해 펴낸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현재 폐기물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의 70%에 이른다. 20년 뒤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연우 산업통상자원부 기후변화산업환경과장은 "쓰레기 문제를 줄이고 에너지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을 계속 확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