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 사항 중 하나인 국민행복기금이 29일 공식 출범했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빚을 50~70% 감면해주고 최대 10년에 걸쳐 나눠 갚게 해 경제적인 자활을 돕는 사업이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1억원 이하의 채무를 6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채무조정 지원 대상이다.

이날 출범식은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강남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에서 오전 10시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관련 금융기관장들이 참석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해 5년간 67만명(전환대출 지원 약 34만명 포함)의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이 새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창업과 취업의 기회를 함께 제공해 다시 채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대부업체에 대한 조치도 병행해 불법 추심으로 인한 서민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서민층의)채무상환능력이 더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금융취약계층의 빚 부담을 줄여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17개에서 30개로 늘리고 국민행복기금의 신청부터 (실제) 지원까지 한 번에 이뤄지도록 원스톱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출범식에 참석하지 못한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성실한 채무상환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무조정)지원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며 "다만 국민행복기금 범위는 지금보다 확대해 더 많은 서민에게 혜택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대부업체·공적자산관리회사 등의 대출금을 갚지 못한 금융채무불이행자 약 32만6000명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무감면 규모는 최대 2조2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18조원 규모로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320만명의 채무를 조정해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세부 내용 등이 구체화되면서 초기 지원 규모가 줄었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은 도덕적 해이 문제와 성실 상환자에 대한 차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금융기관에서 채무조정 절차를 밟고 있거나 빚을 꾸준히 갚는 중인 경우엔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채무조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범위가 예상보다 좁다는 지적도 있다.

28일 기준으로 대상 금융사 4121곳 중 97%(4013개)가 국민행복기금과의 채권 매입 협약에 가입한 상태다. 다음 달 1일부터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는 사업(전환대출)이 시행되고,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사업은 4월 22일부터 가접수를 거친 다음 오는 5월 중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